과거사 반성도 못하면서 '안보리 상임 이사국' 되려는 일본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3-17 14:19 수정일 2015-03-17 15:01 발행일 2015-03-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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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 이사국이 되기 위한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다.

최근 ‘자국의 과거사를 직시하라’라는 메르켈 독일 총리의 충고에도 사죄 발언은 없어 ‘전후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정면 비판을 피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6일 일본 도쿄 유엔대학에서 열린 '유엔 창설 7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AP=연합)

일본 영자 일간 재팬타임스는 1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날 도쿄 유엔대학에서 열린 유엔 창설 70주년 기념 심포지엄 연설에서 안보리 상임 이사국 진출 목표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일본이 유엔에 기여한 바를 열거하면서 안보리 상임 이사국 진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현재까지 총 200억 달러 이상을 유엔 기구에 지원하고 있고 내년에는 일본이 유엔에 가입한지 6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논거로 들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일본)가 유엔의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안보리 상임위를 확대 개편해 아시아 태평양과 세계의 평화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논거가 깔려있다.

그러나 이면적으로는 국제 안보에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핵무기를 가진 5개국이 안보리에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을 경계한 것이다.

이날 연설에서 과거사에 대해서 반성은 없었다. 아베 총리는 “2차 대전에 대한 깊은 회한을 느끼지만 일본은 그 이후로 자유롭고 민주적인, 법의 지배를 존중하는 국가를 건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70주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 작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직접적인 사죄는 없었다. 

오는 8월 15일 발표될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안보리 상임위 진출 등을 추진할 경우 독일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정면 비판을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반대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오랜 갈등관계였던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상임 이사국 진출의 꿈은 가까운 시일내에 달성되기 어렵다.

이날 행사에 함께 참석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아베 총리의 발언에 앞서 한·중·일 세 나라의 공조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반 총장은 “동북아는 여전히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로 남아 있다”며 “(한중일) 지도자들이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지향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한국·중국과, ‘미래지향’을 강조하는 일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발언으로 해석된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