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 '표현의 자유 침해'로 美 NSA에 소송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3-11 17:46 수정일 2015-03-11 17:46 발행일 2015-03-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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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거대 감시에 '맞장 선언'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온 미국 국가안보국(NSA)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섰다.

영국 BBC는 10일(현지시간)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위키미디어 재단이 미국 사회단체들과 함께 메릴랜드 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고 보도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휴먼라이츠워치(HRW), 국제앰네스티 미국본부, 국제펜클럽 미국본부 등 8개 단체가 이번 소송에 참여했으며 피고에는 NSA와 상급기관인 국가정보국(DNI), 미 법무부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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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안보국(AFP)

위키피디아 측은 NSA가 정보수집 활동의 근거인 해외정보감시법(FISA)을 자의로 해석해 테러 용의자 외의 불특정 다수의 통신정보를 수집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 및 신체의 자유와 사생활 보장 권리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4조를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위키미디어 재단 이사인 라일라 트레티코프는 “NSA가 미국 인터넷 기간(基幹·backbone) 통신망에 접속해 마구잡이로 통신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이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의 관건은 구체적인 피해의 입증 여부다. 위키피디아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가 이번 소송의 충분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최근 스노든의 폭로에는 NSA가 위키피디아를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위키피디아는 자사의 사이트를 이용하는 전 세계 이용자 5억여 명이 NSA의 감시로 인해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 2013년에도 유사한 소송이 있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 북부지구 연방지방법원은 피해가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소송을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피고들이 방어를 하려면 허용되지 않는 국가 비밀을 누설해야 하므로 원고의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NSA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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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 공동창업자인 지미 웨일스가 지난해 8월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위키마니아 컨퍼런스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위키피디아 창업자인 지미 웨일스는 이날 미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 “위키피디아 이용자들은 톈안먼 사태부터 우간다 동성애자의 인권 문제까지 모든 사안을 다루면서 익명으로 활동하기를 원하지만 NSA의 감시로 익명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감시의 만연으로 위축 효과(chilling effect)가 발생하고 표현의 자유와 지식의 자유로운 공유가 제한돼 위키피디아가 손해를 본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영국 가디언도 이날 ‘미 국가 차원’의 감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신문은 위키피디아를 제외한 주요 미국 IT 기업들도 NSA의 거대 감시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정부 차원의 프라이버시 침범에 대한 대비를 준비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