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애플워치', 구입 망설이게 하는 4가지 이유는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3-10 14:56 수정일 2015-03-10 18:54 발행일 2015-03-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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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는 또 다른 ‘빈 서판(Blank Slate)’이 될 것인가.

애플이 만든 최초의 웨어러블 기기인 애플워치가 공개되면서 성공이냐 실패냐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언급한 키워드다.

영국 철학자 존 로크가 처음 언급한 ‘빈 서판’은 원래 ‘인간의 마음이 비어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지난 2007년 앱스토어가 열리기도 전 처음 출시된 아이폰을 일컬어 이렇게 불렀었다. 

스마트폰이 일상 생활을 바꿨다고들 하지만 실제로 생활은 바꾼 것은 그 안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라는 뜻이다. 

음악, 의료, TV 리모컨, 게임 등 일상이 풍요로워지기 시작한 것은 결국은 스마트폰 앱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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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여바 부에나 센터에서 차기 제품인 착용형 단말기 '애플워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

NYT가 애플워치를 ‘빈 서판’이 될 수도 있다고 예측한 핵심에도 어플리케이션(앱)이 있다.

가장 위험한 요소는 아이폰, 아이패드와 달리 애플워치가 독립된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애플워치는 아이폰 속에 있는 앱과 연동이 돼야 기능을 100%로 활용할 수 있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유저들은 호환이 가능해 편리하기도 하지만 두 기기에 앱을 동시에 깔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발자들 역시 기존의 수익모델과는 다른 형식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외신들 사이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가격으로 꼽히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날 1만 달러(약 1000만원)가 넘어가는 애플워치 가격에 대해 “2세대 제품이 나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애플워치의 가격은 띠의 소재와 시계 크기와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미국 기준 349달러부터 최대 1만 7000달러까지 가격이 형성됐다.

애플워치는 크게 3종류 시계로 나눠진다.

각각 알루미늄 재질의 ‘애플워치 스포츠’,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애플워치 컬렉션’, 18캐럿 금으로 제작된 ‘애플워치 에디션’이다. 

각 종류에 따라 크기는 38mm, 42mm 모델로 나눠지며 띠의 소재도 다양하다. 

소비자가 선택하는 모양에 따라 가격 산정 방식이 달라지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고 있는 페블의 스마트 워치가 99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애플워치가 구매자들을 끌어당기기 쉽지 않을 거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 LA타임스도 이날 1만 달러 이상인 애플워치 에디션 하나로 구매할 수 있는 애플의 제품들을 그래픽으로 제시하며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기능상의 한계도 문제다.

이날 선보인 애플워치의 기능들은 기존 아이폰 기능들과 상당 부분 겹친다. 

이메일, 문자 메시지, 전화통화, 애플 페이, 음성 명령 기능인 시리(Siri) 등 이미 아이폰에 있는 기능들과 차별점이 없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만큼 뛰어난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기능상의 한계는 배터리 수명이다. 

한 번 충전 시 18시간까지 지속 가능해 다른 스마트 제품들보다 뛰어나 보인다. 

그러나 해당 제품은 ‘웨어러블’이라는 특성을 지닌 ‘시계’다. 

제임스 포레스터 맥퀴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하루에 최소 1번 이상 충전해야 하는 시계라는 것은 이용자들을 충분히 번거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나마 새롭다’고 평가받는 헬스 기능도 실상 새롭지는 않다는 평가가 많다.

심박수, 걸음수나 칼로리 등을 체크해주는 기능은 이미 시중에 출시된 스마트워치들과 다르지 않다. 

퀴비 애널리스트는 “애플워치는 심박수 체크기능이 구체적이지 않고 실시간으로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200달러 밖에 안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 밴드’보다도 기능의 질적인 측면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1세대 제품의 한계도 구매자들에게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애플은 항상 1세대 제품이 ‘완벽한 제품’을 선보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한다. 

맥북, 아이폰, 아이패드 모두 초기에 소프트웨어가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적은 기능과 각종 오류가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대런 헤이즈 페이스대 조교수는 “아이패드만 해도 1세대 제품은 카메라도 없었다”며 “2세대 제품이 나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한다.

브릿지경제 =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