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산수' 운보의 예술세계 한눈에

박기성 기자
입력일 2015-03-10 10:36 수정일 2015-03-10 16:03 발행일 2015-03-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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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미술관 운보전 성황

‘바보 산수’로 널리 알려진 운보(雲甫) 김기창(1913~2001)의 예술세계와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회가 대전에서 열려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지난 7일 개막한 ‘김기창-혁신의 거장 운보’ 전시회는 작가가 지난 1930년부터 1990년까지 그린 작품 47점을 연도순으로 나열해 운보의 근·현대 회화의 세계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비단에 수묵채색을 사용한 이 작품은 힘찬 필치와 붉은 빚이 감도는 강렬함이 배어 있다

4월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운보의 일대기를 다룬 영상물과 삶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작가연보를 함께 설치해 관람객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1935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한 ‘가을’을 비롯해 1930년의 화풍(몽롱체)을 잘 반영한 ‘동자’, 입체구성 작품인 ‘무녀도’(1968년), 1963년 추상시기에 그린 ‘유산의 이미지’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작품 ‘가을’은 음식이 담긴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아이를 등에 업은 채 들녘을 걷는 아낙의 모습을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다. 여인을 배경삼은 수숫대가 서서히 고개를 숙이려는 모습에서 가을의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들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또한 1967년 힘찬 필치와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아악의 리듬’과 1982년 작품인 청록산수인 ‘인왕산청산도’도 감상할 수 있으며 1993년 봉걸레로 그렸던 ‘점과 선 시리즈’도 접할 수 있다.

1913년 출생한 운보 김기창은 호적상 충남 공주군 유구면으로 기재돼 있으나 작가 생전에 1914년 서울시 종로구 운니동으로 정정해 기록하고 있다.

운보는 미술계의 거목으로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교 역할을 해온 대표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고 있다. 청각장애라는 신체적 한계를 예술로 승화시켜 전통과 현대, 추상과 구상을 아우르며 쉼 없이 도전과 혁신정신으로 현대 한국화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대전시립미술관 송미경 학예연구사는 “김기창의 작품에는 한국 근·현대 회화사의 변천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회화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창의 작품 세계는 대략 다섯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사실적 작품을 그린 초기의 구상미술 시기, 예수의 일생을 한국인의 모습으로 담은 신앙화 시기, 구상미술에서 추상으로 변하는 전환기의 복덕방 연작시기, 청록 및 바보산수화 시기, 말년의 추상미술 시기 등이 그것이다. 산수는 물론 인물, 화조, 풍속 등에 능숙했으며 형태의 대담한 생략과 왜곡으로 추상과 구상의 모든 영역을 망라했던 화가이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활달하고 힘찬 붓놀림은 물론 호탕하고 동적인 화풍으로 한국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대전 = 박기성 기자 happyday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