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폴더폰' 새롭게 부활… 가격 싸고 단순하니까!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3-09 16:00 수정일 2015-03-09 16:37 발행일 2015-03-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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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폰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근 일본에서 구형 ‘플립폰(폴더폰)’의 열풍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일본은 유난히 다른 국가들보다 플립폰을 이용하는 인구가 많다고 알려져 왔지만 미국의 주요 매체에서 이 같은 현상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에서 폴더폰 출하량은 1058만대로 2013년 대비 5.7%나 올랐다. 같은 기간 일본 스마트폰 출하량은 2700만대로 5.3%가 감소했다.

스마트폰 매출이 감소하고 폴더폰 매출이 증가한 ‘역전 현상’은 지난 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에서는 플립폰을 ‘가라케이’라고 부르는 언어 현상도 생겨났다.

갈라파고스 케이타이(휴대폰)의 줄임말이다. 독특한 생태계를 가진 갈라파고스 섬처럼 일본에서만 팔리는 내수용 휴대폰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휴대폰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약 40%가 폴더폰을 이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아사히신문의 신카이 타카오 기자는 가장 우선적으로 가격을 주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플립폰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보다 매달 대략 2000~3000엔(약 2만원~3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장기적인 경제 불황도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돌린 원인이다. 

타카오 기자는 “일본의 오랜 경기 침체가 스마트폰 판매의 감소 현상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포브스의 제이크 아델스테인 기자도 가격이 이번 현상의 핵심 원인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아델스테인은 두 가지 다른 요소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우선 일본의 낮은 출산율과 함께 노인 인구층이 많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연령층이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이미 노년층의 비중이 상당하다. 이들은 문자와 전화 이외의 용도로는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필요이상의 기능들이 탑재된 스마트폰에 거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델스테인은 “앞으로 일본 노인 인구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스마트폰의 이용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두 번째로는 플립폰 자체의 ‘단순함’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기기 자체에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다. 떨어뜨리면 깨지기 쉽고 배터리 수명도 짧은 스마트폰이 일본인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실용을 중시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일본만의 독특한 통신 환경도 이 같은 현상을 부채질 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이전부터 일본에서는 휴대전화 채팅과 이메일 소통하는 ‘일본식 통신문화’가 일찍이 자리 잡혀있었다.

미 온라인매체인 복스도 8일(현지시간) 아이폰 출시 이전부터 ‘인터넷이 가능한 핸드폰’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일본에서 폴더폰이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을 필두로 이 같은 현상이 한국, 유럽 일부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브릿지경제 =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