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부패관행·주석 중심 단일지도 체제 '중국 경제성장 걸림돌'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3-08 16:50 수정일 2015-03-08 19:03 발행일 2015-03-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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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표적 중국부유통 '중국 붕괴 가능성' 언급
"부유층 탈중국, 여론통제심화, 당관료 무기력"

중국 경제의 걸림돌은 '부패 관행'과 '단일지도체제'

8일 중국의 지난달 무역흑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됐지만 수출 역풍 직면 우려로 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단기적인 경제 지표 호조에도 중국의 성장 전망에 대한 비관적인 예측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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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수민족 대표가 7일(현지시간)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2기 3차 총회에서 전통 의복을 입고 참석해 외신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신화=연합)

중국 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 관행’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단일지도체제’가 중국 경제 성장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현지시간) 미 조지워싱턴대의 데이비드 샘보 박사의 칼럼을 인용, 중국 내의 뿌리박힌 부패 관행은 중국 사회에 전체적으로 잠입해있기 때문에 시 주석의 부패 척결 운동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6일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도 참석해 “자연생태계가 산청수수(山淸水秀. 산수가 맑고 아름답다)해야하는 것처럼 정치생태계도 마찬가지”라며 “부패분자를 척결하는 것은 경제의 지속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은 특히 당 간부들이 각성하고 경계해야 하며 감독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샘보 박사는 이러한 시 주석의 노력이 중국 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 관행을 송두리째 뽑아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부패는 중국의 정치체제인 ‘단일지도체제’ 시스템 속에 이미 깊숙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가 관리와 기업인들 간의 ‘주종 관계(patron-client)’에서 짜여진 틀 안에서 투명성이 없는 경제, 국가가 주도적으로 통제하는 언론 등의 복합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를 대대적으로 개혁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샘보 박사는 시 주석의 운동은 모양새만 부패 척결인 권력투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 주석을 견제하는 인사를 선택적으로 축출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장 유력한 타깃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과 배후 정치 세력이다. 장쩌민 전 주석은 88세 고령이지만 여전히 시 주석에게는 위험한 인물이다.

시 주석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측근 세력들의 견제로 인사와 정책 곳곳에서 자신의 정치적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또 장 전 주석은 지난 해 시 주석에게 ‘반부패 캠페인이 장기적으로 계속되는 것은 막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부패 단속이 확대되면 자신들과 계파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샘보 박사는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로 대변되는 ‘5세대 지도부’가 1949년 ‘공화국 혁명 후 출생세대’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혁명을 경험한 이들은 ‘실용성’을 강조하는 특성이 있고 ‘관시(關係·연줄)’를 이용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미 시 주석은 자신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이 몸담고 있었던 태자당(太子黨)을 자신의 정치 기반으로 활용해왔다. 시 주석은 지난해 태자당 인사를 중앙군사위원회(중앙군사위) 요직에 기용하기도 했다.

신문은 중국 국가주석의 ‘단일지도체제’도 중국 경제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13년 11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경제, 군사, 정치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권력을 휘어잡았다. 국가안전위원회를 창설해 군권을 장악하고 경제 문제 담당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직접 대신하기도 했다.

당시 홍콩 명보(明報)는 시 주석이 이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사실상 20여 년 동안 ‘집단지도체제’로 대변됐던 중국의 정치 체제가 핵심 지도자 1명이 이끄는 ‘영수핵심제’(領袖核心制)로 대대적인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샘보 박사는 단일지도체제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금융 개혁을 지적한다. 지난 2013년 중국은 대대적인 금융 개혁을 시작했다. 그러나 샘보 박사는 그의 야심찬 목표는 처음부터 실패가 예정돼 있었다고 주장한다. 중국 금융산업의 최대 약점은 사실상 중국의 4대 대형 국유은행(공상·농업·중국·건설은행)이다.

이 은행들이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판세를 주도하고 있는데 시 주석의 개혁 전략이 이러한 핵심 중추를 크게 흔들어 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형 국유은행은 국영기업과 지방정부로만 대출해 자산의 유동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도 키우고 있다. 실제로 현재 중국은 중소기업과 민간으로의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못하고 있다. 대출조건이 정부의 우선순위에 맞춰져 있고 이에 따라 부실 채권 규모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샘보 박사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에 새 역사를 열기 위해 부패 척결에 대한 엄중한 탄압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당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며 “시 주석의 폭정이 중국 사회의 내분을 촉발시키고 권위주의적인 정권의 붕괴는 결국 중국 경제의 위험도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릿지경제 =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