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논문도 돈으로 산다? 지구온난화 논문 '시끌'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2-22 15:40 수정일 2015-02-22 19:03 발행일 2015-02-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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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는 태양탓" 미 연구팀 과학논문 발표

미국에서 한 연구팀이 보수 정치 세력·글로벌 에너지 업체와 결탁해 지구온난화 문제를 인류 최대의 ‘사기극’으로 만들려다 적발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윌리 순 박사를 사기극의 장본인으로 지목하며 미국의 에너지 업계를 쥐고 있는 석유회사들과 다양한 로비 단체들로부터 14년 동안 125만 달러의 후원을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순 박사의 과학 논문이 업계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 준 ‘상품’에 지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기후 변화 문제는 세계적인 경제 전문가 제프리 삭스가 ‘기업 만능 국가(corporatocracy)’라고 정의한 대로 재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일부 학계와 정계가 결탁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순 박사는 최근까지 태양에너지의 변동성이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정치인들의 토론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온실가스 배출물이 기후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는 이론에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다. 온실 가스를 배출하는 인간의 행동은 지구 온난화의 문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 환경보호 단체인 그린피스와 미국 기후감시센터(CIC)는 미국 ‘정보공개법’을 근거로 순 박사의 연구 결과의 잘못된 부분을 낱낱이 파헤쳤다.

두 단체는 순 박사의 연구 결과가 업계로부터 조달받은 자금과 상당 부분 밀착돼 있다는 사실을 보고서로 정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순 박사는 글로벌 에너지 업체 서던컴퍼니로부터 지난 10년간 약 40만 달러를 받아왔다. 기후변화 비판론을 강력하게 후원하는 단체인 찰스 G. 코크 자선재단도 순 박사에게 23만 달러를 지원해왔다.

미국 석유화학회사인 엑슨모빌과 미국석유협회(API)도 순 박사의 지원에 가담해왔으며 보수 정당 기부 단체인 도너스트러스트로부터 수천달러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신문은 순 박사에게 지난주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했지만 답신이 오지 않았으며 관련 회사들 역시 잠적 상태라고 전했다.

하버드대 자연과학사 박사인 나오미 오레스키스는 “의심을 퍼뜨리는 기업들의 전략이 과학적 문제의 진위성을 흐려 놓고 있다”며 “윌리 순 박사는 정치극의 주연 배우감”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순 박사의 연구 결과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과학자들이 최근 성명을 인용해 이들이 순 박사의 가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나사의 고다드우주연구소 소장인 게빈 슈미트는 “인간이 만들어 내는 온실가스가 명백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고 태양의 활동이 끼치는 영향은 10%도 안된다”며 “순 박사의 가설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브릿지경제 =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