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산다! '구조조정 전문가' 들이는 기업들

차종혁 기자
입력일 2015-02-16 17:22 수정일 2015-02-16 18:13 발행일 2015-02-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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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기업들이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사업재편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노사 문제 전문가와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중용되고 있다.

이달 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신임 회장에 박병원 전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취임한다. 경총은 지난해 2월 이희범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후 경총 회장단이 지속적으로 회장 후보를 물색해 왔다.

그러나 복잡한 노동 이슈들이 즐비해 있고, 노조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조직의 특성상 많은 회장 후보들이 고사함에 따라 회장 선임에 난항을 거듭해 왔다.

최근 경총 회장단은 주요 회원사의 의견을 조율해 박병원 회장을 경총 회장으로 추대했고, 박 회장이 수락함에 따라 신임 회장에 오르게 됐다.

박 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선임됨에 따라 경총은 현재 진행 중인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은 물론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등 노사관계 중대현안 문제 해결에 보다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노조 반발이 거세지면서 노사 문제를 강하게 피력할 강단 있는 인물이 필요했던 재계는 박 회장에게 크게 기대하고 있다. 

박 회장은 기획재정부 차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거치면서 경제정책을 조율하고 나라살림을 운영해 온 경력이 크게 작용했다. 

민간부문에서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서비스산업총연합회 회장을 맡아 금융 및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한 점도 고려됐다.

지난해말 SK그룹은 정유 및 석유화학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사장에 정철길 SK C&C 사장을 임명했다.

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구조조정추진본부 출신인 점을 들어 정 사장이 SK이노베이션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임금유연화 제도를 폐지한데 대해 사내에 긴장감이 돌고 있고, 외부에서도 구조조정의 전초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구조조정추진본부 출신이라고 해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해석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며 “현재 구조조정 계획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최근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상 등이 원만하지 않자 지난해말 울산공장 홍보담당이면서 노사 전문가인 송지헌 상무를 본사 기획실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발령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0월 정지택 부회장을 COO(운영총괄)에 선임했다. 

정지택 부회장은 공직과 재계를 두루 거친 화려한 경력 가운데 2003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협회장을 역임한 경력이 눈에 띈다. 

회사 측은 “이미 구조조정은 완료됐고 중공업 부회장으로서의 역할만 수행할 뿐 그룹사 구조조정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친 금융권에도 구조조정 전문가의 영입이 두드러졌다.

지난 2013년 9월 취임한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동년 12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노동조합과 협의를 통해 ‘350명 희망퇴직’과 ‘임금 삭감 10%’를 단행했다. 

보험업계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던 ING생명 구조조정은 지난해 2월 정문국 ING생명 대표의 취임과 함께 가속화됐다. 

정문국 대표는 당시 노조에 “모든 직원과 미래를 함께 할 수 없는 게 안타깝다”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해 노조의 강한 반발에 휘둘렸다.

한화생명도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김연배 부회장이 지난해 9월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에 취임하면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김연배 부회장은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 사장, 비상경영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12월 한화생명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김 부회장의 취임 전인 4월에 500명에 이어 취임 후 3개월 후인 12월 300명이 구조조정으로 희망퇴직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해 800명규모의 구조조정을 한데 이어 보험심사전문 자회사인 한화손해사정의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노조와의 반발에 휩싸여 있다.

한편 기업들은 구조조정 작업을 일단락하면 관련 전문가를 교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는 지난해 4월 윤리경영실 경영진단센터장에 삼성생명 출신 최성식 전무를 임명했다. 경영진단센터는 회사 구조조정 전략을 수립했고 최 전무는 이 작업을 실무 지휘했다. 

이후 그해 12월 윤리경영실 경영진단센터장에 인재경영실장 출신 김원경 상무를 발탁했다.

구조조정 작업을 일단락시킨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9년만에 인수합병 전문가에서 엔지니어 출신으로 수장을 교체했다. 

김용성 대표는 실적 악화를 이유로 고문으로 물러나고 지난 2월 9일 손동연 기술본부장이 취임했다.

브릿지경제 = 차종혁 기자 ch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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