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은 '글발'이다… '가장 사랑스러운 러브레터' 소개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2-12 15:53 수정일 2015-02-12 18:34 발행일 2015-02-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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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러브레터’를 썼다고 평가받은 조니 캐쉬(오른쪽)가 1975년 미국의 한 공연장에서 부인 준 카터와 함께 라이브 듀엣 공연을 하고 있다.(AFP)<br>

“아직 침대 속에 누워있어도 난 온통 당신 생각뿐이라오. 때론 기쁘게, 때론 비탄에 젖어 있는 나. 가장 충실한 이 연인의 마음을 절대 의심치 마오. 언제나 그대의 것. 언제나 나만의 것. 언제까지나 우리들의 것”

‘악성(음악의 성인)’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1812년 지금까지 익명으로 알려진 ‘불멸의 여인’에게 보낸 편지의 구절이다.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정치가, 작가, 음악가들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한 없이 순수했다. 그리고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담아내는 매개체로 편지를 자주 애용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1일(현지시간) 영국의 생명보험사인 비글 스트리트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러브레터’를 소개했다.

30세가 넘기도 전에 비틀즈의 인기와 비등해지고 엘비스 프레슬리, 척 베리 등과 함께 미국 대중음악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조니 캐쉬가 1위로 꼽혔다. 소외된 컨트리 음악을 하면서도 참신한 가사로 항상 파격을 추구했던 캐쉬는 사랑에서도 드라마틱했다. 그의 일생을 그린 영화 ‘앙코르’(2005)에서처럼 젊은 시절 캐쉬는 외롭고 열정적으로 사랑했다. 자신의 여인 준 카터와 번번이 사랑의 온도차를 확인하고 말지만 그럼에도 항상 꾸준했던 캐쉬는 결국 카터와 30년 이상을 함께하는 인생의 동반자가 된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도 비슷해지고 서로의 감정을 읽고 묻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알고, 때때로 약간 싸우기도 하지만 감사한 존재가 되고 있다. 당신과 같은 이 시대 최고의 여성과 함께 나의 삶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름답다”

60세에도 여전히 카터를 향한 캐쉬의 일편단심은 편지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젊은 시절 평행선을 긋던 두 사람의 마음은 캐쉬의 꾸준함 때문일까. ‘살다보니’ 한 점에 수렴하게 됐다. 그리고 둘은 한 편의 영화처럼 같은 해인 2003년 세상을 떠난다.

조니 캐쉬 외에도 예쁜 편지를 통해 사랑을 더 짙게 만든 희대의 인물들이 있었다. “마드라스에서 당신이 보낸 편지에 내가 당신의 인생을 풍성하게 해줬다는 글을 봤소. 그 편지가 내게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 모르오. 사랑에 은행계좌가 존재한다면 항상 당신에게 진 빚으로 벅찰 것이오”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이 아내 클레멘타인 처칠에게 1935년에 쓴 편지다. 처칠은 아내 밖에 모르는 남편이었다. 영국 국회에서 회의 시간에 자주 늦던 처칠은 의원들의 짜증에 “클레멘타인 같은 부인이 있다면 당신들도 늦을 것이다. 회의 전날은 각 방을 쓰려고 한다”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애처가였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아내 조제핀 드 보아르네에게 1796년 쓴 편지에는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고 가장 간결한 문체를 구사한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연애편지에서도 여전히 “당신을 팔로 감싸 안을 때마다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오”라고 터프하게 말한다.

영국 낭만주의를 대표했던 시인 존 키츠,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가장 이상적인 군주로 생각했던 헨리 5세, 왼손잡이 기타 천재 지미 헨드릭스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글의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그들 모두는 편지에 순수함을 담았던 ‘순애보적 사랑꾼’이었다.

브릿지경제 =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