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동력 잃은 중국… 생산·금융 위기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2-08 15:28 수정일 2015-02-08 18:24 발행일 2015-02-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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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최근 전력과 철강 산업에서의 생산 규모 저하 등으로 2009년 이후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0월 철강 산업이 유명한 중국 마안산시에 위치한 마안산철강그룹의 공장 밀집 지역 모습이다.(AFP=연합)

최근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런던 소재 롬바르드 스트리트 리서치의 분석을 인용,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던 중국이 최근 생산 규모 저하, 금융 시장의 위기, 환율 추가 절하 압력 등으로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위기 사태에 직면했다고 또다시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생산력 저하로 경제 성장 둔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FT는 이날 중국의 줄어든 생산 규모가 말레이시아 경제 규모의 두 배에 달한다고 지적하면서 이 수치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면 중국의 지난해 실질 성장률은 5%에 그친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정부가 24년 사이 가장 낮은 7.4%의 성장률을 달성했다고 발표한 공식 집계보다도 낮은 수치다.

FT는 중국의 생산 규모가 줄어드는 증거로 최근 전력과 철강 생산의 부진을 꼽았다. 중국의 전력 생산과 철강 생산 규모는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지난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선 상태다. 신문은 두 산업에서의 부진이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를 가속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중국 산업 현황을 ‘가장 정확하게’ 평가한다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지난달 49.8로 2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PMI가 50을 밑 돌면 경기의 위축 상태를 의미한다. 신문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기록해왔던 중국에서 철광이나 구리에 대한 수요가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점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중국의 금융시장은 더욱 심각한 상태다. 중국은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6년 동안 은행 보유 부실채권이 약 17조 달러로 급증했다. 늘어난 부실 채권으로 중국의 은행들이 자산을 이용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막혀버렸다. 신문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이 지난 5일 2012년 5월 이후 처음으로 금융기관의 예금총액에 대한 현금준비 비율인 지급준비율을 0.5% 포인트 인하한 19.5%로 결정한 것도 금융시장의 악화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FT는 미국으로의 수출을 늘리는 것이 중국 경제의 성장세를 다시 가속화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환율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해 달러에 대한 위안화 가치를 3% 가량 낮췄지만 달러 강세가 이어지기 때문에 추가 절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환율을 추가로 절하하면 가뜩이나 취약한 중국 금융 시장에 재정적 압박이 더 늘어날 수 있으며 전 세계의 환율 전쟁을 또 한 번 부추길 수 있다.

그러나 FT는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저유가 기조 속에서 내수 중심인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났으며 지난 3개월 동안 고용 창출이 지난 1997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집권 당시 고용 붐을 일궈냈던 때에 비견될 만큼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달러 강세가 미국 기업들의 수익에 예상보다 덜 한 타격을 입힌 것도 미국 경제성장이 중국과는 다르게 견고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