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으로 되돌리는 '텔로미어' 연장기술 개발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2-04 16:25 수정일 2015-02-04 18:56 발행일 2015-02-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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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팀이 인간의 ‘텔로미어(telomeres)’ 길이를 연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인류 장수의 꿈’이 한층 더 가까워졌다.

텔로미어란 인간의 염색체 끝 부분에 달려 있는 단백질 성분으로 세포 증식이나 분열 때 염색체의 손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텔로미어 길이는 점점 짧아지게 되고 완전히 사라지게 되면 염색체를 보호할 수 없어 인간은 사망하게 된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3일(현지시간) 미 스탠퍼드대 메디컬센터(SUMC)의 최근 연구 결과를 인용, 연구팀이 텔로미어 길이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인간의 생체 시계를 수십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연구 결과가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등의 질병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실험에 변형된 RNA(DNA와 함께 유전정보의 전달에 관여하는 핵산의 일종)인 ‘mRNA(메신저 RNA)’를 이용해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렸다. mRNA는 DNA의 유전정보를 리보솜(세포의 단백질을 생성하는 기관)에 빠르게 전달하는 기능이 있어 ‘텔로머라제(telomerase)’를 활성화시킨다. 바로 이 텔로머라제가 새로 생겨난 세포를 튼튼한 상태로 유지시켜 주는 효소로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리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mRNA 방법을 인간의 근육 및 피부세포에 그대로 적용해 텔로미어 길이가 1000여개의 뉴클레오타이드 만큼 늘어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뉴클레오타이드는 DNA 길이를 측정하는 기본 단위로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하는 단위로도 쓰인다. 대개 10~20대의 젊은 사람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약 8000~1만개의 뉴클레오타이드를 가지고 있다. 연구에서 나타난 1000개의 뉴클레오타이드 증가는 피부세포와 근육세포의 증식을 각각 28배, 3배나 더 촉진시킨다. 연구팀은 이 세포의 증식 속도가 신체 나이를 수십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정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앞서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리는 것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그러나 mRNA를 사용했을 때와 달리 DNA의 유전정보를 리보솜에 빠르게 전달하지 못해 텔로머라제를 활성화시키지는 못해왔었다.

스탠퍼드대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뒤시엔느 근위축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유전적인 요인으로 근육이 약화되는 퇴행성 질환)’에 걸린 한 소년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소년의 근육줄기세포에서 텔로미어가 비정상적으로 짧아진 것을 발견하고 근육 생성과 텔로미어 길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스탠퍼드대 메디컬센터의 헬렌 블라우 박사는 “노화와 관련된 질병의 신약 개발과 함께 근육이나 피부 외에 다른 세포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테스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