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개 계열사 인수작업 산넘어 산… 발걸음 무거운 한화

차종혁 기자
입력일 2015-02-04 17:19 수정일 2015-02-04 18:21 발행일 2015-02-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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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은 독과점 ·방산은 방산법…4사노조는 반대 수위 높여
한화그룹이 삼성 4개 계열사를 인수하는 발걸음이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합병 후 일부 사업부의 독과점에 따른 사업조정,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비주력 사업부 매각, 방산업체 인수합병에 대한 산자부 승인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피인수 기업 노조의 반대마저 거세지고 있어 최종 인수 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테크윈 노동조합은 4일 “이달 7일 삼성 4개사 5개 노조 대표가 모여 향후 더 효과적인 공동투쟁 방안을 수립할 것”이라며 “노조에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공정위법, 방산법 등을 어겨가며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삼성 4개사의 매각이 철회될 때까지 대응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사를 1조9000억원에 인수키로 삼성과 계약을 체결했다. 동년 12월에는 PMI(인수 후 합병) TF팀을 구성하고, 지난 1월 합병 실사를 시작했다. 올 1분기 중 실사를 완료하고 상반기에 인수대금을 납입해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다. 방위산업과 화학산업에서 글로벌 1위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진행 과정에 한화케미칼이 삼성토탈을 인수합병할 경우 EVA(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독과점 논란에 휘말렸다. 국내 판매량을 조정하면 된다는 게 한화의 입장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판단은 물론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다각도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방산법 위반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테크윈 노조 관계자는 “방위사업법 제35조 3항에 따르면 방산업체 매매·경매, 인수·합병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으나 한화와 삼성은 산자부 승인도 없이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4개 기업 중 방산법의 적용을 받는 곳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다. 이에 대해 김정회 산업통상자원부 기계로봇과 과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승인 심사를 진행 중이며 생산시설에 큰 변화가 생기는지 여부가 승인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3월내로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자금 마련에 차질이 없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한화 측은 인수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한화케미칼이 1000억원 규모의 발행하면서 또 인수자금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재계에 퍼지고 있다. 지난 1월 계열사인 한화폴리드리머가 필름시트사업부와 코팅막재사업부를 400억원에 희성그룹에 매각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이 와중에 한화는 고려노벨화학과의 담합 건으로 인해 517억여원의 과징금까지 납부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삼성 4개사에 대한 실사는 예정대로 진행 중이고, 공정위와 산자부의 승인은 기다려봐야 알 것이지만 인수합병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종혁 기자 ch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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