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LG…올해도 '빅딜'로 살길 찾는다

차종혁 기자
입력일 2015-01-28 18:11 수정일 2015-01-28 19:06 발행일 2015-01-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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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활 건 구조조정 방식은 M&A

국내 기업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별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방향은 비주력사업부의 물적 또는 인적분할 후 부분 매각 방식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한화그룹, 포스코그룹 등 국내 10위권 대기업들이 기업간 인수합병을 통해 주력사업을 강화하고 비주력사업을 축소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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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테크윈,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삼성탈레스 등 계열사를 한화에 통채로 매각한 데 이어 올해도 계열사 중 일부 비주력사업의 매각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IM(인터넷·모바일)부문 내 광소재사업을 미국 코닝사에 매각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 상반기 중 매각이 완료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기사업부의 경우 삼성메디슨에 흡수합병하는 조직개편 방안이 검토 중이다.

삼성SDI 경우 전지부문이 전자재료, 화학부문을 앞지르면서 실적 부진 부분에서 조정이 예상된다. 전자재료는 편광필름 부분에서 증설 등을 계획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진한 화학사업부문에서 일부 조정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소재 계열사를 중심으로 주력사업의 강화 및 비주력사업의 구조조정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특히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인수합병 및 매각을 통한 사업별 경쟁력 강화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부문을 흡수합병해 냉연사업을, 동부특수강 인수를 통해 특수강 사업을 강화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27일 SPP율촌에너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철강소재 분야르 강화해나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SPP율촌에너지를 인수해 단조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LG그룹은 각 사업부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이면서 매각보다는 인수합병 및 조직 통합개편을 통한 사업별 강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올초 LG상사는 그룹 계열사 범한판토스를 인수해 물류부문을 강화했다. LG유플러스는 유선케이블방송업체 씨앤엠,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 등을 인수해 플랫폼 구축 등 사업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해말 조직개편을 통해 전자소재 부문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내 75% 비중을 차지하는 기초화학사업 중 일부는 매각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사업부의 일부를 매각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오너의 부재로 대규모 사업구조조정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 C&C의 신임 대표에 오른 박정호 사장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M&A 전문가인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또한 계열사인 SK플래닛이 플랫폼, 커머스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대신 광고사업 부문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의 KT렌탈 인수를 통한 렌탈사업 강화도 주목받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올 1월 본입찰에 참여했다.

한화그룹은 올해도 구조조정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화L&C가 물적분할을 통해 건자재사업부를 매각하고 첨단소재 중심으로 재편한데 이어 김승연 회장 복귀 이후에는 삼성 4개 계열사를 인수해 석화, 방산 부분을 강화하고, 태양광 사업도 미래 캐시카우 사업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반면 올 1월 계열사인 한화폴리드리머는 필름시트, 코팅막재사업부를 희성그룹에 매각했다. 컴파운드사업부는 한화케미컬과의 시너지를 고려해 매각에서 제외했다. 

재계에서는 대규모 인수합병 자금 마련 등을 고려할 때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비주력 사업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향후 추가 매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최근 수년간 두산동아, KFC 등 비주력 계열사를 계속 매각해왔다. 올해도 두산캐피탈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 중이다.

두산중공업은 루마니아 단조 생산 계열사인 두산IMGB 매각을 진행 중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매각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올해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통해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광양LNG터미널 지분 일부, 포스코엠텍 도시광산사업부, 포스하이알, 포스코우루과이 등이 매각 추진 중에 있다.

대한항공, 금호아시아나, 현대그룹 등은 사업별 경쟁력 강화 차원보다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6년까지 항공기 13대 매각을 추진중이며, 지난해 연말까지 2대를 매각해 570억원을 확보했다.

지난 19일에는 에쓰오일 지분 28.41%(거래금액 1조 9830억원) 매각을 완료했다. 또한 율도 비축유 기지(인천 소재)와 강서구 등촌동 교육원 등이 매각 예정에 있다. 다만 항공우주사업부문의 규모를 계속 늘려가며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매각으로 2013년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 이행률을 초과달성하게 됐다. 이에 따라 그룹 주력 계열사지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대상선에 대한 집중 투자가 가능해졌다.

현대증권 매각으로 그룹은 ‘상선’과 ‘대북사업’으로의 재편도 빠르게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증권 매각이 완료되면 남은 매각 대상 자산은 남산 반얀트리 호텔 뿐이다.

경영 정상화의 골든타임을 맞은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산업 인수에 전력을 쏟을 예정이다. 박 회장의 경영권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선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 지분 인수가 필수적이다. 그룹 재건을 위해서는 금호고속 인수도 남아있다.

금호고속 단독 주주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투자펀드(PEF)’는 오는 3월2일까지 금호고속 인수에 대한 확답을 요구한 상태다.

김영진 M&A연구소장은 “예전에는 국내 그룹사들이 자체 구조조정 방식의 사업재편으로 노조와 충돌이 심했다면 최근 수년간은 기업간 인수합병을 통해 주력사업은 강화하고 비주력사업은 떼어내면서 노조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재편해나가고 있다”며 “올해도 영업양수도, 자산매각 방식으로 사업부 일부만 떼어내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종혁 기자 ch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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