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양적완화 미국엔 '3災' 우려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1-25 18:25 수정일 2015-01-25 18:27 발행일 2015-01-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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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저물가‧수출경쟁력 저하‧금융시장 과열 경고
유럽중앙은행(ECB)의 대대적인 양적완화(QE) 조치가 미국 경제에 부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현지시간) ECB가 이번 주 안으로 1조 1000억 유로 이상의 국채 매입 등을 전격 실시하게 되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미국 경제 전체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은 2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 오는 3월부터 매월 600억 유로(73조1592억 원)를 2016년 9월까지 19개월간 시중에 공급하는 전면적 양적완화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의 양적 완화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무역 수지 개선이다. 유럽이 양적완화(QE)를 실시해 유로존에 통화 유동성이 증가하게 되면 유로화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전 세계에 수출하는 유럽의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가격은 하락한다.

미국에는 정반대의 효과가 발생한다. 신문은 유럽의 이번 결정이 미국의 달러화의 가치 상승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지나친 인플레이션 억제, 수출품 경쟁력 저하, 금융시장 과열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종합금융 투자은행인 JP모간체이스의 브루스 카스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에 우려를 표했다. 유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진 상황에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미국에선 저물가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1월 미국 수입 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1.7%나 떨어진 상태다. 카스만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준이 지난 31개월 동안 설정한 2%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FRB가 통화 정책 측면에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미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미국의 달러화 가치 상승이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해외수출품 가격을 상승시켜 유가 하락으로 생긴 소비 여력 등 호재의 효과마저 상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준은 무역수지의 악재가 미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미국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전 세계 곳곳에서 풀린 막대한 자금이 미국 금융시장으로 유입돼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미국 금융시장이 이상 과열 현상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문은 미국 전문가들이 ECB의 양적완화에 대한 혜택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키란 가네쉬 자산전략가는 “ECB의 결정이 전 세계적으로 자금 대출 비용을 낮추면서 더 나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미국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며 “이론대로라면 ECB 양적완화가 미국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