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날고 싶은 국내 벤처·스타트업 "천사가 필요해"

서희은 기자
입력일 2015-01-22 16:47 수정일 2015-01-22 18:33 발행일 2015-01-23 9면
인쇄아이콘
해외 스타트업·벤처 급성장… 국내는?
소형 드론 날려보세요<YONHAP NO-1339>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창조경제박람회장에서 한 업체 관계자가 소형 드론 비행을 시연하고 있다.(연합)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 벤처기업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미국에선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면서 벤처신화를 이룩했다. 중국은 샤오미가 혜성처럼 나타나 그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국내는 여전히 삼성과 LG가 있을 뿐 두각을 드러내는 벤처기업이 없는 상황이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벤처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외국에 비해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투자금 확보가 어려워 독자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벤처 기업가들이 투자금 확보가 어려운 이유는 우리나라가 엔젤투자 비중이 낮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엔젤 투자는 기술은 있지만 초기 자금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개인 투자를 말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우 총 벤처 투자에서 엔젤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49.2%, 51.1%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은 1.9%에 불과하다.

북미, 유럽 등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크라우드 펀딩도 국내에서는 관련 규제 등에 가로막혀 지지부진한 상태다. 크라우드 펀딩은 후원, 기부, 대출, 투자 등을 목적으로 웹이나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취한다. 국내에서는 모금 방식과 각종 규제로 인해 외국에 비해 활성화 정도가 뒤처져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의 결과가 이달 6~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박람회 ‘CES 2015’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전시회에서 화제가 된 상당수 사물인터넷 제품과 드론 등은 미국, 유럽, 중국의 벤처기업 제품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스마트 반지 ‘링’은 일본 벤처기업 로그바(Logbar)가 선보인 제품으로,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주변 스마트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는 반지다. 이 반지는 로그바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확보한 88만달러를 들여 개발했다.

무인 비행체 ‘드론’도 큰 관심을 받았다. 드론은 장난감, 방송 촬영, 무인 배달, 레저 등 다방면에서 대중화되고 있어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덕분에 드론 전용 전시관은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국내 벤처기업 중에서는 ‘바이로봇’이 유일하게 첫 출전했으며, 드론 전용 전시관이 아닌 한국관에 레저용 소형 드론을 전시했다. 삼성과 LG가 몇십 개씩 혁신상을 수상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이처럼 미국, 유럽 등 해외 벤처기업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벤처기업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허영구 한국벤처기업협회 팀장은 “에인절 투자는 올 1월 1일부터 법이 개정돼 투자금 1500만원까지는 100%, 5000만원까지는 50% 등 투자자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많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관련 조항을 신설해 법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법안이 발의는 됐지만 아직 본 회의에서 통과를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 초기 벤처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자금 문제인데 엔젤 투자와 크라우드 펀딩 등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벤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다만 허 팀장은 “인력지원, 수출지원, M&A 시장 활성화 등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또 한정된 국가 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 중심으로 한국경제가 발전됐고 대기업이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지만 고용 측면에서 보면 중소·중견·벤처기업이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허 팀장은 “중소기업 평균 고용인원이 4명, 벤처기업 평균 고용인원은 25명이고 평균 매출도 중소기업은 28억원, 벤처기업은 68억원”이라며 “투자 효과가 더 큰 곳에 투자를 하면 한정된 자원을 훨씬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희은 기자 heseo@viva100.com

issue &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