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만든 감원 공식… '정규직수 2년 전으로'

차종혁 기자
입력일 2015-01-21 18:03 수정일 2015-01-21 18:58 발행일 2015-01-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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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악화 기업들 칼바람

최근 2~3년새 고용을 늘려온 기업들이 장기 불황시대를 맞아 해당 인원을 줄여야할지 고민 중이다. 직원 수를 늘렸지만 실적 악화를 견디다 못한 기업들은 고용한 수만큼 인원을 정리하거나 아예 미리 감원을 단행하거나 혹은 감원 없이 끌어가겠다며 힘들어 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1일 본지가 지난 2012~2014년 금융감독원 자료를 토대로 주요 기업의 정규직 인원과 영업실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영업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이 최근 2년새 추가 고용한 인원만큼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과장급 이상 사무직 직원 1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현대중공업의 정규직 근로자 수는 지난해 9월 기준 2만6249명으로 2년전 대비 1408명 증가했다. 실적은 악화됐다.

이 회사는 3분기 누적 기준 2012년에 1조921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2014년에는 3조2272억 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는 지난해 하반기 임원 30% 감원에 이어 올초 사무직 근로자 1500명 감원으로 이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고 그동안 조직이 비효율적으로 커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2년 사이 정규직 근로자가 521명 늘고 영업이익도 2년 전 대비 65% 증가했다. 하지만 전년동기에 비해 영업이익은 8.3% 감소하고 직원 수는 281명 증가했다.

이 회사는 결국 지난 연말 52세 이상 사무직 직원 45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퇴직을 신청한 200여명을 내보냈다.

지난해 150명을 희망퇴직시킨 신한은행은 올해는 30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10% 이상 개선됐지만 2년전에 비해 6.4% 감소했다. 신한은행의 정규직 직원 수는 2년새 920명 증가했다.

실적 악화가 계속된 기업은 이미 직원 수를 줄여왔다. 영업적자에 시달려온 동부제철은 2년 사이 612명을 줄였고 열연사업 중단 여파로 지난해말부터 200명 이상을 구조조정했다.

2년 사이 적자전환 등에 시달려온 KT는 1만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적자에서 벗어났다. 지난 연말에도 대대적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구조조정은 없지만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은 바늘방석이다.

삼성중공업은 2년 사이 직원 수가 186명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분의 1로 줄었고 삼성전자는 8441명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4.7% 감소했다. 

현대자동차는 2년새 2300명이 늘었지만 영업실적은 17.1% 하락했다. 수년간 적자에 시달려온 동국제강은 지난해 10월 60여명이 퇴직했고 하반기에도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반면 인원이 늘었지만 실적 개선이 뚜렷한 기업은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있다.

최근 합병 등을 통해 조직을 크게 확대해온 현대제철은 최근 2년새 직원이 2000여명 늘었지만 실적도 32.7%나 개선됐다. 회사 관계자는 “대규모 고로 공사, 합병 등을 포함해 사업이 확대되면서 인원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감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차종혁 기자 ch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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