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짐승남' 호황엔 '꽃미남' 인기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1-19 16:36 수정일 2015-01-19 18:17 발행일 2015-01-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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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페티존 박사 대중가수 얼굴 조사

경제적 위기의 순간에 예술은 항상 빛났다. 1929년 세계 대공황 때 존 스타인벡은 ‘분노의 포도’를 썼다. 당시 삶의 터전을 잃고 굶주린 사람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인간의 보편적 생명력과 강인함에 대한 문제를 독자들에게 환기시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비슷한 문학가들의 활동이 있었다. 아일랜드 작가 앤 엔라이트는 ‘잊혀진 왈츠’, 도날 라이언는 ‘스피닝하트’로 경제적으로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시대의 거울 역할을 했다.

경제 상황은 이처럼 역사적으로 수많은 문화적 코드를 양산하며 시대를 대변했지만 다소 엉뚱한 문화를 만들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코스탈 캐롤라이나대의 테리 페티존 박사는 최근 시대별로 가장 사랑을 받았던 유명 인사들의 얼굴 특징이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페티존 박사는 연구팀과 함께 1946년부터 2010년까지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미국 대중가수들의 얼굴을 조사했다. 그 해의 실업률, 소비자물가지수 등의 각종 지표로 구성된 경제 지수와 일일이 대응시켰다.

분석 결과 경기가 불황이면 크고 넓은 턱과 작은 눈 등의 성숙한 외모를 가진 가수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 반대로 호황일 경우 눈이 크고 어려보이는 ‘동안’ 가수를 더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경제가 꽃이 피었던 1968년 조니 캐쉬는 ‘폴섬 프리즌 블루스(Folsom Prison Blues)’로 대히트를 기록했다. 노래도 좋았지만 그 해의 가수가 된 배경엔 당시 눈이 크고 어려 보였던 ‘동안’ 외모가 대중들의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저스트 갓 스타티드 러빙유(Just Got Started Lovin‘ You)’로 2008년 정상을 차지했던 가수 제임스 오토는 눈이 작고 턱이 넓은 성숙한 인상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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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세 때 리암 니슨의 남성스럽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다.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가 파산했던 2013년 미국에선 리암 니슨의 열풍이 불었다.

영화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70년대 말 지미 카터 정부의 스태그플래이션 그늘에서 벗어나 1980년대 호황기로 접어들 때 진 와일더는 뽀글뽀글한 머리와 큰 눈의 아이 같은 외모로 주목받았다. 

반대로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가 파산했던 2013년엔 남성스럽고 카리스마 있는 리암 니슨 열풍이 불었다.

페티존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환경안전가설’(Environmental Security Hypothesis)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한다.

환경안전가설은 그가 1999년에 조지아대의 아브라함 테서와 함께 주창한 개념으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빈곤할 때 더욱 성숙한 태도를 통해 자신의 심리적 안정망을 구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선 한 사람에게 해당됐던 가설을 한 국가의 경제적인 측면으로 확대해 적용한 것이다. 

페티존 박사는 “컨트리 뮤지션들은 대부분 30대의 백인 남자들이라는 공통성이 있었기 때문에 더 분명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