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부자 증세' 칼은 뽑았지만…의회 통과 사실상 불가능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1-19 11:18 수정일 2015-01-19 17:15 발행일 2015-01-20 22면
인쇄아이콘
2015012001010008078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0일 국정연설에서 ‘부자 증세’ 내용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제시할 전망이다.(AP=연합)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가 소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상위 1% 부유층 증세’ 등의 내용을 담은 세제 개혁을 추진한다. 그러나 이민개혁, 건강보험 개혁안 등 여러 쟁점에 부딪혀 온 공화당과의 또 한 번의 마찰이 예고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18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0일로 예정된 국정연설에서 부유층과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둬들여 중산층에게 분배하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정부의 제안은 자본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을 23.8%에서 28%로 인상하고 주식과 같은 유산 상속분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등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핵심으로 한다. 10년간 3200억 달러(345조 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늘어난 세수는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 세금 공제 수단 마련, 고등교육 및 보육 관련 지원 등에 활용될 계획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부자 증세 방향으로 과세 기준이 바뀌면 최상위계층 1%는 반드시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는 자산규모가 최소 500억 달러 이상인 100여개 대형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부채의 0.07%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내게 할 방안을 세우고 있다. 금융 기관이 부채를 자발적으로 경감하게 도움과 동시에 중산층 지원을 위한 세수 확보 차원에서다.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을 환영했다. 샌더 레빈(미시건) 하원 세입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세제 개혁안은 정확히 미국이 가야 할 방향”이라며 “바로 중산층 가족을 위한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크리스 밴 홀런(메릴랜드) 하원 예산위원회 민주당 간사도 “중산층이 느끼는 경제적 압박감을 덜어주려 우리가 애쓰는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방안은 ‘여소야대’ 형국의 상황에서 공화당의 반대에 정면으로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내 세제 전문가인 오린 해치(유타) 상원 재무위원장은 18일 낸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 저축인, 투자자의 세금 부담만 늘릴 것”이라며 “정부는 무조건 세금을 올리기를 원하는 진보 성향 측근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말고 의회와 함께 망가진 세제를 뜯어고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가 의료장비 제조업자에게 부과해온 세금을 폐지하는 등 기업에 대한 과세율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제이슨 샤페츠(유타) 하원의원은 이날 CNN 방송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샤페츠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큰 정부로 나아가려는 미국의 방향과 반대”라며 “창업자와 중소기업인을 진정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