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최저 환율제 포기… 글로벌 금융시장 '흔들'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1-18 16:38 수정일 2015-01-18 18:29 발행일 2015-01-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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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가 15일(현지시간) 최저 환율제를 전격 포기하면서 영국을 포함한 유럽과 미국, 뉴질랜드 등의 환거래 회사가 잇따라 도산하거나 손실을 메우려고 긴급 차입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확대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 스위스 정부의 파격적인 조치가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 월가 대형 투자은행인 씨티그룹, 바클레이스, 도이체방크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 은행들이 순식간에 몇 십 억 달러의 환거래 손실을 봤다고 보도했다. 또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의 웨스트햄을 후원해온 온라인 증권회사 알파리 UK 역시 이날 스위스의 환율제 포기로 파산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7일 미국 최대 환거래 중개회사인 FXCM 역시 고객들이 스위스의 조치 때문에 2억2500만 달러(약 2424억 4000만 원)의 피해를 봄에 따라 자금 수혈을 위한 방안 모색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도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손해가 크다고 전했다. 바클레이스는 몇 억 달러를 날린 것으로 보이며 씨티그룹과 도이체방크도 각각 최소한 1억 5천만 달러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뉴질랜드 환거래 중개회사인 글로벌 브로커스 뉴질랜드도 이번 조치로 자본 하한을 충족하지 못하게 돼 거래가 중단됐다고 덧붙였다.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토머스 조던 총재는 이날 스위스 신문 르 마탱 및 NZZ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조던 총재는 “SNB 이사회가 고심 끝에 환율 방어가 더는 정당화될 수 없고 계속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던 총재는 스위스의 이번 조치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을 일으킨 것을 염두에 두고 외환 시장 개입 가능성도 언급했다. 최저 환율제 포기의 충격으로 스위스 증시가 14% 이상 주저앉고 안전자산 수요가 많이 늘어나면서 10년 만기 스위스 국채 수익률이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된 상황도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 그는 “스위스 프랑의 최저 환율제 포기로 촉발된 외환시장 동요가 가라앉지 않으면 다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