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美교과서 '위안부 설명' 왜곡 시도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1-18 15:12 수정일 2015-01-18 18:01 발행일 2015-01-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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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역 여론 조사 등 조직적인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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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이 2013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 시에 설치돼 있다.(AFP)

“독일의 가장 치욕스런 역사를 증거하는 곳에서 나치에 희생된 수많은 영령을 대하는 순간 말을 잃었다. 말로써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뿐이다”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침묵 속에 털썩 무릎을 꿇는다. 1943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5만 6000여명의 유대인들이 나치에 희생되고 30여 년 후 브란트 총리는 이들을 기리는 위령탑 앞을 찾아 온몸으로 사과를 표했다. 나치 만행에 대한 과거 역사를 부인하지 않고 직접 대면했던 ‘용기’를 보여준 셈이다.

이와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국가는 신사참배, 독도 문제 등으로 역사 왜곡을 일삼고 있는 일본이다. 최근 일본 극우단체와 정부는 미국 교과서의 일본군 위안부 기술 내용을 왜곡하려 하는 조직적인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일본 교과서 왜곡을 주도해온 다카하시 시로(高橋史朗) 메이세이대 교수는 국가기본문제연구소(JINF)에 게재한 영문 기고문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을 탐색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미국을 방문해 실사를 벌였다.

실사과정에서 시로 교수는 방미 기간 미국 전역에 8개 위안부 기념비와 동상을 직접 조사했으며 실사 결과를 일본 뉴욕 총영사에게 보고하고 향후 대책을 협의했다. 시로 교수는 최근 “미국 공립 고등학교 맥그로힐 세계사 교과서에서 ‘일본군 위안부는 일왕의 선물’이라고 묘사하고 있으니 이를 수정해야 한다”며 “난징 대학살 현장을 보여주는 사진도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이 같은 행보는 독일이 과거 보여줬던 진정성 있는 ‘반성’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최근 아베 신조( 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한일 관계 개선에 의욕은 내비치면서도 위안부 문제를 제외하고서 대화에 나서자는 입장을 보였다. 올해는 2차 대전 종전 70주년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지만 일본 정부는 진정한 과거사 반성 없이 ‘평화’라는 의미가 무색해질 만큼의 역사적 의식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한국이 위안부 문제를 조작하고 있다고 부추기는 일본의 태도도 문제다. 시로 교수는 “중국 단체들이 이 같은 위안부 전시물에 깊이 관여돼있다”고 전제하고 “일본과 미국을 이간하려는 중국과 한국의 시도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의 공공 분야와 민간 분야가 하나로 힘을 합쳐 새로운 국제 홍보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지난해 8월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매년 수백만 달러를 받고 위안부 피해자의 사진을 싣고 별지 기사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는 일본 측의 이러한 요청에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15일(현지시간) 해당 출판사와 허버트 지글러 교수가 일본 측의 수정 요청을 일축했다고 소개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