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L그래프 지속…'OPEC의 공포' 올 것" 美전문가 호언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1-15 15:49 수정일 2015-01-15 19:12 발행일 2015-01-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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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애널도 '15년 주기 사이클' 들어 저유가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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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14일(현지시간) 배럴당 48.48 달러로 전날에 비해 소폭 상승하는데 그치면서 중장기적으로 저유가 시대가 지속될 수 있다는 ‘L자형’ 전망이 가장 힘을 얻고 있다.

L자형이란 장기간 폭락세를 지속하던 유가가 떨어진 상태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모델을 말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2.59달러(5.6%) 상승한 배럴당 48.48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보다 1.81달러(3.88%) 오른 배럴당 48.4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2012년 6월 이후 하루 상승폭으로는 가장 큰 수치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6개월 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아직 희박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낮은 국제 유가에도 불구, 미국 셰일가스 생산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제유가가 L자형 그래프를 그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인 손지우 SK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11월 ‘장기 저유가 사이클의 시작’ 보고서에 L자형 시나리오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손 연구원은 15년 단위로 ‘저유가-고유가 사이클’이 반복됐던 과거 패턴처럼 2015년부터 중장기 저유가 사이클이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970년~1985년 오일쇼크로 대변되는 고유가 시대, 1985년~2000년 세계적인 원유과다생산에 따른 저유가시대, 2000~2015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의 신흥경제국들(BRICs)의 고성장으로 인한 고유가 시기를 지나 또 다시 중장기 저유가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이날 영국 영해와 노르웨이 영해에 걸친 북해 유전에서 석유생산을 시작한 1980년과 유사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당시 영국이 북해유전의 개발로 새로운 산유국으로 주목받기 시작함과 동시에 석유수출기구(OPEC)의 위력을 감소시킨 것과 현재 미국의 상황이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KBC어드밴스드테크놀로지의 에산 울 하크 애널리스트는 “미국 셰일가스 생산이 향후 수년 동안 OPEC을 공포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미국의 셰일가스 매장량은 580억 배럴로 러시아(750억 배럴)에 이어 세계 2위다. 최근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2006년 하루 평균 31만 배럴에 불과하던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은 지난해 348만 배럴로 늘었다.

미국 원유 생산 기업들은 1990년대 이후 개발된 ‘수평 시추 수압 파쇄법’(지표면에서는 수직 방향으로 시추해 들어가다가 특정 깊이부터는 진입 각도를 수평으로 꺾는 기술)을 이용하면서 채산성에 맞게 셰일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량 생산을 위해 기술 개발에 투자하며 비용 절감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또 시추에서 생산까지 3달밖에 걸리지 않는 셰일유의 특성 때문에 미국 소규모 에너지 기업들도 진입 장벽 없이 석유 생산에 뛰어들고 있는 상태다.

신문은 최근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 L자형 외에 U자형의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이 보고서에서 2015년 한 해 동안 브렌트유 전망치를 기존 보고서보다 40% 하향 조정한 배럴당 50.4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팀은 “아직 유가가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미래를 향한 석유 투자가 줄어들면서 점차 올라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육상과 해상에 원유 비축량이 아직 많기 때문에 V형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