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성장 사실상 정체… 미국에 의존 겨우 돌아간다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1-14 17:00 수정일 2015-01-14 19:15 발행일 2015-01-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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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성장률 오르고…아태지역 성장률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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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2015년 글로벌 경제 전망’(GEP) 보고서는 크게 ‘미국의 부활’과 ‘중국의 정체’로 요약된다.

보고서가 올해 글로벌 평균 성장률을 지난해 전망치보다 낮춰 3.0%로 제시한 것은 지속적인 무역량 감소, 주요 선진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등과 같은 4대 하방 위험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글로벌 성장률이 2016년에도 3.3%, 2017년에는 3.2%를 기록해 3%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3년간 세계 경제 성장이 사실상 ‘정체’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개발도상국은 지난해 4.4%에서 올해 4.8%로 다소 개선되고 2015년 5.3%, 2017년 5.4%까지 치고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 성장률은 지난해 1.8%에서 올해 2.2%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로존은 0.8%에서 1.1%, 일본은 0.2%에서 1.2%, 영국은 2.6%에서 2.9%로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미국이 지난해 2.4%에서 올해 3.2%로 성장률이 증가하면서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영국 BBC는 이날 카우식 바수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인터뷰를 인용, 세계 경제가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 성장률 회복에 의존해선 안된다고 보도했다. 카우식 바수 부총재는 이날 “세계 경제가 미국이라는 하나의 엔진에 의해 간신히 굴러가고 있다”며 “미국만 믿고 있다가는 전세계 경제에 낙관적 전망을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문은 저유가가 전 세계 인플레이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사실이고 선진국들의 금리 인상 정책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요인이 세계 경제성장률 상승 전망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저유가 기조로 중국, 인도와 같은 주요 원유 수입 국가들이 2016년까지 경제성장률을 7% 이상 유지하는데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세계은행은 저유가 흐름이 러시아와 같은 주요 원유 수출 국가들의 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유가 하락과 함께 루블화 폭락, 서방 국가의 제재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성장률이 지난해 0.7%에서 올해 마이너스 2.9%로 곤두박질할 것이라 전망했다.

개도국 중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률은 지난해 6.9%에서 올해 6.7%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의 성장률이 2013년 7.7%에서 지난해 7.4%, 올해 7.1%, 내년 7.0%, 2017년 6.9%로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한 것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이유는 중국 경제가 저임금의 노동력 집중적인 산업 구조와 경공업 제품 위주의 수출 주도형 성장 패턴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 GDP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투자’가 점차 둔화하고 있는 것도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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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아·태 지역의 다른 국가들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해 5.1%에서 올해 5.2%로 태국의 경우는 지난해 0.5%에서 올해 3.5%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고서에 별도로 성장률 전망치가 나오지는 않았다.

유럽 및 중앙아시아,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의 개도국도 대체로 지난해보다는 올해 성장률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대표적 저유가 수혜국인 인도의 성장률이 지난해 5.6%에서 올해 6.4%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은 0.1%에서 1.0%, 남아공은 1.4%에서 2.2%, 터키는 3.1%에서 3.5%로 소폭 상승할 것이라 점쳤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세계은행의 보고서를 인용, 저유가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낙관적으로 전망되고 있는 시기에 많은 국가들이 경기와 금융 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체질 개선과 구조 개혁에 시급하게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용 세계은행 총재는 “경제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개도국은 저소득 계층을 위한 사회적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방향으로 구조개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4대 하방 위험으로 지속적인 무역량 감소, 주요 선진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원유가 하락에 따른 산유국의 수지 악화, 유로존 및 일본의 스태그네이션 또는 디플레이션의 장기화를 지목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류 워커는 BBC에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이 6월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지속적인 여파에서 아직까지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라며 “세계은행이 실제보다 개도국과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조금 더 높게 잡고 발표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느리게 회복하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4대 하방 위험과 같은 잠재적 외부 위협들에 노출될 때 대응할 수 없을 위험성도 충분히 있다고 분석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