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주는 '여가'에 세계경제 미래있다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1-13 15:59 수정일 2015-01-13 19:09 발행일 2015-01-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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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포드의 창설자 헨리 포드는 100여 년 전 새로운 기업 문화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고된 일에 지친 노동자들의 근로 시간을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삭감시켜주고 토요일엔 공장의 문을 닫으면서 당시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제시한 것이다. 포드도 처음엔 다른 기업 오너들과 마찬가지로 직원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러나 점차 비용이 늘어나 오히려 업무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재빨리 의사결정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체제의 흐름과 정반대 길을 걷는 것 같았던 포드의 기업 문화 혁신은 결국 ‘1주에 40시간 일한다’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표준 문화 모델을 제시했다. 

20세기 전반을 대표했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2030년까지 일주일에 15시간 일하고 나머지 시간엔 ‘고결하고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과연 그 예측이 맞을까.

세계는 ‘지식 경제’가 권력을 틀어쥐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부터 미래 산업을 구성할 모든 아이템들은 각각 개별적인 아이디어와 영감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세계 경제학자들은 풍성한 레저를 즐기는 기업이 미래 경제의 주축이 될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여가를 비생산적이면서 쓸모 없는 시간낭비라고 치부하는 기업 문화가 단순히 ‘어리석은’ 행동에 그치지 않고 세계 경제에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케인스도 몰랐던 ‘여가가 결국 경쟁력’인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에서 ‘여가’란 개념은 도외시되고 있다. 미 CNN은 12일(현지시간) 미국 화이트칼라들이 전 세계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평균 근무시간이 제일 길며 업무 강도 또한 가장 높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 화이트칼라들을 향해 직장 상사가 퇴근하기 전에 절대로 퇴근하지 않는 괴상한 문화가 형성돼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에서는 업무로 인한 과로로 돌연 사망하는 ‘카로시(Karoshi)’라는 신조어도 생겼다고 비판했다.

‘20세기의 지성’ 버트런드 러셀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책에서 산업혁명으로 점철된 1930년대 영국사회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문명에 필수적인 것은 일과 노동이 아니라 여가라고 주장한 것처럼.

‘최후의 만찬’ 작업 도중 공상 시간이 유독 길었던 천재 미술가 레오나르도 디빈치가 ‘세계의 최고 천재는 일을 가장 적게 하고 많은 성취를 얻는 사람’이라 했던 것처럼. 

케인스가 ‘기술이 인간에게 휴가를 줄 수 있다’고 제시했던 희망은 잔혹한 꿈에 불과한 세상이 됐지만 여가에 대한 중요성은 또 한 번의 비즈니스 표준 모델을 제시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