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급진좌파연합 "그리스 경제 전체 판도 흔들 것"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1-07 13:55 수정일 2015-01-07 17:07 발행일 2015-01-08 22면
인쇄아이콘
알렉시스치프라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당 대표가 3일(현지시간) 수도 아테네에 위치한 의회에서 열린 전당대회에 참석해 연설 후 당원들을 향해 손을 치켜올리고 있다.(AP=연합)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리스 내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축출이 앞으로의 최우선 국정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리스 경제의 전체 판도도 다시 복지, 분배 방향으로 뒤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그리스 제 1야당인 시리자가 오는 25일 열리는 그리스 총선에서 집권하게 되면 현재 그리스 경제의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는 재벌들을 길들이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올리가르히는 현재 정치 인맥을 활용해 그리스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소수의 유력 사업가들이다. 신문은 그리스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과 중산층과 서민들 대부분이 시리자가 올리가르히를 무력화시키려는 움직임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자의 경제부문 선임 대변인인 게오르게 스타타키스는 이날 인터뷰에서 “올리가르히 문제는 우리 국정 과제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한다”며 “올리가르히가 장악하고 있는 그리스 언론, 정부물품 조달, 부동산 분야를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자가 총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그리스 경제는 소득재분배 등의 복지 정책을 다시 강조할 수 있다. 그동안 유지해 온 각종 긴축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이며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는 ‘그렉시트’(Grexit)도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 대표는 “현재 상황에서 긴축 정책은 비합리적인 정책이고 그리스 경제를 파괴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그리스가 실시하고 있는 경제 개혁을 재조정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으로 구성된 ‘트로이카’는 그렉시트와 국가채무 탕감 계획을 두고 시리자와 의견 차이를 보여 왔다.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2400억 유로(약 321조원)의 구제 금융을 해주는 조건으로 그리스가 각종 긴축 정책을 통해 경제를 회복,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성장에 해가 되지 않길 바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로이카도 올리가르히 문제만큼은 시리자를 지지하고 있다. 올리가르히가 해외 투자자들을 포함한 잠재적 경쟁자들을 시장에서 철저히 배제시키고 있어 그리스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 지배층의 정경유착으로 현재 긴축 재정의 고통 분담은 고스란히 일반 시민들에게만 전가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지출을 줄이고 세금은 더 많이 내는 등 긴축의 고통을 분담하고 있지만 정권과 유착한 산업계와 부유층은 여당인 신민당의 비호를 받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친정부 성향 언론사들에 TV수신료 징수권 등 특혜를 몰아주는 것도 큰 문제다. 스타타키스는 “정부가 상업TV 수신료 징수권을 경쟁 입찰에 부치는 대신 정치적 동반 관계의 언론사들에 공짜로 나눠준 결과 TV채널들은 아무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되고 있고 정부는 대형 수익원을 놓쳤다”고 설명했다.

시리자는 민영화 정책에도 제동을 걸고 최근 성사된 대형 계약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그리스 정부는 최근 과거 아테네공항 자리였던 연안 부지의 공동 개발권을 그리스·중국·아랍 투자자들에게 넘겼고 ‘그리스-독일 컨소시엄’에 14개 지역 공항 운영권을 매각했다. 스타타키스는 “계약은 아직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면서 “우리가 집권하면 이런 일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