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그렉시트' 가능성 5년만에 다시 고개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1-06 19:17 수정일 2015-01-06 19:17 발행일 2015-01-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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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이번엔 '굿바이,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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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지난해 9월 23일 독일 베를린에서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와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AFP=연합)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이른바 ‘그렉시트’(Grexit) 가능성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면적 양적완화 임박 소식 등이 맞물리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 위기가 또 다시 고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제 중심축인 독일이 유로존의 경제 지도를 어떻게 새로 그릴지에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긴축재정으로 유럽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온 독일과 복지와 소비 중심의 경제 정책으로 돌아가려는 그리스를 각각 이솝우화의 개미와 베짱이에 비유하면서 독일이 그리스에 대해 유로존의 성장을 위한 칼날을 빼들었다고 보도했다.

‘개미’로 비유되는 독일은 그동안 엄격한 긴축정책으로 EU 전체의 재정을 강화시키고 유로화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온 나라다. 사실상 유로존을 책임지고 있는 독일의 의견을 반영, ECB도 유럽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리는 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현재 ECB는 제로금리 유지를 통한 경기 부양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비전통적 정책수단인 전면적 양적완화 계획에 착수하고 있다. 지난해 중반부터 이어진 유가 하락세와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독일의 골칫거리인 그리스는 ECB 등으로부터 현재까지 2400억 유로(약 321조원)의 구제 금융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그리스 내부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EU 전체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오는 25일 그리스 총선에선 긴축노선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집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독일 슈피겔 최신호는 시리자가 총선 승리 후 긴축정책을 포기, 복지와 분배를 최우선으로 돌리면 독일은 그렉시트가 ‘거의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이 유로존 성장을 위해 그리스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독일은 노동 이민자들 문제와 여행 등으로 그리스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독일은 최근까지도 그리스를 끝까지 안고 가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그렉시트와 유로화 가치하락으로 인한 유로존 위기의 확산은 지난 2010년처럼 파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위기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전망이 훨씬 우세하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최근 처음으로 그렉시트 위험성이 고조됐던 2010년 이후 유럽안정화메커니즘(ESM)이라는 안전망을 구축해 그렉시트가 발생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재무컨설팅업체인 암허스트 피어포인트의 로버트 신치 전략가는 “지금의 리스크는 그리스에만 제한된 문제”라며 “예전처럼 전 세계적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