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성 외면한 정책성보험, 소비자도 보험사도 외면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5-01-04 16:37 수정일 2015-01-04 18:37 발행일 2015-01-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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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때마다 출시돼… 가입률 저조로 유명무실
정부의 적극 추진으로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정책성보험이 파리만 날리고 있다.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개발한 난임보험, 4대악보험, 권리금보험, 피싱·해킹보험 등 정책성 보험은 현재 가입건수가 저조해 유명무실한 전시(展示)성 상품으로 전락한 상태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성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손해율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보험사측에선 판매에 소극적이고, 보상과 관련한 입증의 어려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의 입맛에 따라 정권 교체 때마다 바뀌며 도입초기에만 반짝하고 금세 사그라져 실효성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4대악 척결 공약에 맞춰 현대해상만 내놓은 4대악보험(행복지킴이 보험)은 지난 7월 출시 이후 가입계약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성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등 이른바 ‘4대악’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는 상품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체보험 형식으로 가입하면 해당 지역 내에서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이 보험 혜택을 받는 구조다. 금융당국의 주도로 보험사가 상품을 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처럼 정책성보험은 금융당국이 시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보험사들을 종용해 판매하다 보니 ‘1회성 정책홍보용 상품’으로 전락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과거 이명박 정권의 자전거보험과 녹색자동차보험도 마찬가지다. 자전거보험의 경우 계약건수가 2010년 1만7693건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2884건으로 급감했고, 녹색자동차보험은 현재 판매가 중단되는 등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저출산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난임보험’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이 실효성과 시장성의 문제를 지적하는 등 부정적 입장을 표하고 있다.

난임보험은 불임이 지속되면 △난임 관련 수술 △배란유도술 △보조생식술 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지만 임신노력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기업들이 단체협약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보이스피싱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작년 초에 출시된 해킹·피싱 보상보험은 삼성·현대·MG·THE-K 등 4개 손해보험사를 합해 1년 동안 가입률이 12건에 불과했다.

금융사들이 배상책임보험 등 관련 보험에 가입된 경우도 있고 자체적으로 보상 역량을 확대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시에 따라 보험사가 정책성보험을 만들어 판매하면 그 특성상 공적인 역할이 커 보험사의 수익성이 낮고 손해율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험 판매에 나서야 할 설계사들도 낮은 수익 구조상 수수료도 적다 보니 판매에 소극적이고 보험혜택을 받는 수요층이 제한적이라 보험사의 판매 의지도 약하다”고 설명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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