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11시 59분 0초…타임스 스퀘어의 '새해 염원' 타임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2-29 15:56 수정일 2014-12-29 17:14 발행일 2014-12-30 22면
인쇄아이콘
세계가 주목하는 뉴욕의 신년 전야 행사<BR>3만개 LED 조명·스와로브스키 장식 동화속 마을로
22십오년

전세계에서 가장 극적이고도 로맨틱한 12월이 펼쳐지는 곳. 바로 뉴욕이다. 록펠러 센터의 대형 트리는 크리스마스의 가시지 않은 여운의 숨결을 거리와 빌딩 곳곳에 불어넣는다. 1년간 온갖 아픔과 시름들로 가득 찼던 도시는 3만 개의 LED 조명과 스와로브스키 장식으로 화려하고 로맨틱한 겨울의 동화 속 마을로 환생한다. 어둠 속에 그림자로 살던 뉴요커들도 아름다움으로 변신한 ‘햇볕’으로 나와 새해의 소원을 빌고 기도를 올리게 하는 고요하고 거룩한 시간이다.

12월 31일 11시 59분 0초. 누군가에겐 아픔을 치료해 줄, 누군가에겐 또 다른 꿈을 심어 줄 마법 같은 기적의 시간이 펼쳐진다. 한국에 새해를 알리는 제야의 종처럼 매년마다 미국에선 신년 전야에 뉴욕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 광장 앞에서 ‘새해 맞이 볼’ 낙하 행사(볼 드롭)가 열리는 것. 행사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60초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동시에 삼각형 모양의 크리스털 조각으로 꾸며져 수 만개의 LED 전구 빛을 발하는 공이 타임스 스퀘어 옥상에서 땅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타임스 스퀘어 광장의 정보 센터엔 매년 ‘소원의 벽’(Wishing Wall)이 설치돼 형형색색의 1만 5000여개 새해 소망 쪽지가 희망찬 새해를 염원한다.

아름다움은 물론 많은 대중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다. 누군가는 수천 달러가 투입된 자본주의의 인공물이 아름답지 않다고 부인할 수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합의된 아름다움이라면 제 아무리 인공물이라 할지라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새해 맞이 볼’과 함께 펼쳐지는 레이디 가가, 싸이 등 유명 스타들의 공연은 뉴욕의 새해를 일깨우는 하나의 심벌이 됐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굉장히 기계적이고 일회성이 짙을 수 있다. 그럼에도 1907년부터 25W 백열전구 100개를 달아놓고 시작됐던 새해맞이 행사가 어떻게 계속 아름다움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었을까.

그 속엔 많은 뉴요커들의 삶이 녹아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합의된 아름다움에 더해 ‘새로운 것’을 제시했다는 뜻이다. ‘소원의 벽’ 행사는 바로 그 중심에 있다. ‘내년엔 테일러 스위프트를 만나게 해주세요’, ‘어머니의 암이 재발하지 않게 해주세요’와 같은 개인적인 바람들부터 ‘세계 평화를 원해요’, ‘세계의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을 막아봅시다’ 등 뉴욕 도시 전체를 느낄 수 있는 형형색색 1만 5000개의 쪽지들이 ‘볼 드롭’ 행사에서 흩날리며 서로의 아픔들을 한순간에 씻어내고 염원들을 미래로 전달하는 것이다.

가장 극적인 1분 사이에 뉴욕의 현재와 미래가 그려지고 새로운 해로 넘어가는 광경. 반복되는 형식 속에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 바로 세계인들이 31일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를 주목하는 이유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