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만 기지개? 신흥국 수출 많은 한국경제 '빨간불'

이길상 기자
입력일 2014-12-29 13:36 수정일 2014-12-29 17:57 발행일 2014-12-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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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세계 경제가 미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회복되지만 신흥국은 이 같은 흐름에서 소외될 전망이다. 선진국보다 신흥국 수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내년 선진국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예상했다. 작년 초 예상한 올해 선진국 성장률(2.2%)보다 높게 잡았다. 반면 신흥국 성장률은 올해 5.9%에서 내년 5.0%로 0.9% 포인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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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수출의 관문 부산항 부두의 모습.(연합)

선진국 경제 전망은 개선되지만 신흥국은 반대 흐름을 보일 거라는 입장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까지 7년간 주요 교역국 가운데 한국의 수출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국가는 러시아(712%)였다. 중국(407%), 인도(306%), 멕시코(211%), 베트남(171%)이 뒤를 이었다. 수출액 증가율 10위권에는 이탈리아, 태국, 독일, 스페인, 캐나다 등이 포함됐다.

이들 10개국이 세계 국내총생산(GDP) 합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85%였다.

하지만 2006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의 수출액이 많이 증가한 주요 교역국 10개국 GDP 합계는 19.25%로 내려갔다. 2006년 이후 수출액이 증가한 상위 10개국은 베트남(437%)과 브라질(216%)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러시아, 중국, 인도, 호주 등이었다.

수출 비중이 증가한 국가들의 GDP 규모가 쪼그라든 것은 선진국으로의 수출이 둔화하고 신흥국 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나중혁 현대증권 연구원은 “2006년 한국 수출은 경제규모가 큰 선진국과 발전 속도가 가파른 신흥국에 골고루 퍼져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선진국 수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에 유리한 국제경제 환경에서 한국 경제의 기반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며 “정부와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정책 공조로 선진국시장을 확보하고 대외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증가와 기업의 투자 위축 등으로 인한 내수 침체도 한국 경제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고령화와 가계부채 문제로 인한 구조적인 내수 부진, 엔저와 중국 기업 부상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상실 등이 어려움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정부의 강력한 정책지원이 없으면 저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길상 기자 cupp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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