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교체'로 더 견고해진 시진핑 체제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2-28 16:32 수정일 2015-08-18 13:44 발행일 2014-12-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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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호랑이 잡은 자리 내 호랑이 집어 넣기

중국군 내에서도 후진타오 군벌이 잇따라 축출되면서 그간 반부패 운동을 통해 자신의 정치권력을 강화해 온 시진핑 체제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홍콩 일간 명보(明報)는 25일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집권 시절 중국군 내 양대 세력이던 쉬차이허우(徐才厚)와 궈보슝(郭伯雄)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군 인맥들이 제거되고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관계있는 난징(南京)군구 출신 군벌인 ‘난징계(系)’ 인사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난징계의 약진이 시 주석의 군내 친정 체제 강화 노력과 연관됐다고 분석했다.

난징군구 산하 제2포부대 출신 가오진(高津·55) 총참모장조리(중장)가 최근 군사과학원 원장으로 승진해 최연소 정대군구(正大軍區·사령관격)급이 된 점은 난징계의 대표적인 약진 사례다.

또 작년 7월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으로 승진했던 왕닝(王寧)은 최근 무장경찰부대 사령관에 내정됐으며 난징군구에서 수년간 고위직을 맡은 숭푸쉔(宋普選) 부사령관도 조만간 베이징(北京)군구 사령관을 맡을 예정이다.

신문은 중앙 군사위원회 산하 4개 총부 중 하나로, 군수 지원 업무를 책임지는 총후근부의 자오커스(趙克石) 부장과 왕자오청(王敎成) 선양(瀋陽)군구 사령관, 먀오화(苗華) 해군 정치위원 등도 시 주석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된 2012년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 승진한 난징군구 출신 장성급 인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쉬차이허우 전 부주석과 궈보슝 전 부주석이 각각 핵심 역할을 한 동북군(東北軍)과 서북군(西北軍) 인사는 잇따라 수사 대상에 오르거나 축출되고 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지난 8월 중국군 부패의 핵심세력이었던 쉬 전 부주석의 낙마를 계기로 소장급 이상 장성 200여 명이 연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달 20일에는 궈보슝 전 부주석을 숙청하기 위한 작전으로 20명의 장성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번 중국군에서의 인사 대체는 그동안 ‘반부패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정치권력을 강화시켜온 시 주석의 행보와 일맥상통한다. 홍콩 봉황망(鳳凰網)은 27일 ‘반부패 보고서’란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지난 2012년 말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 이후 올해 12월 말까지 총 62명의 ‘큰 호랑이’(부패한 고위공직자)가 비리로 퇴출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중 최고위직은 정국급(正國級·국가지도자급) 간부인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다.

또 부국급(副國級·부총리급) 간부로는 최근 공식 조사 사실이 발표된 링지화(令計劃)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을 포함해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쑤룽(蘇榮)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등이 낙마했다. 

신문은 지난 2년 사이 ‘4대 호랑이’ 이외에 장관급 9명, 부성장급(차관급) 46명, 청장급 3명도 퇴출당했다고 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23일(현지시간) 중국의 반부패 운동을 언급하면서 2017년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위한 시 주석의 준비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치전문가인 조셉 퓨스미스 보스턴대 교수는 “후진타오 전 주석의 최 측근이었던 링지화에 대한 부패 조사 등 중국 내 반부패 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후 전 주석의 권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시진핑 체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