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물배당' 한국기업 배당성향 41개국 중 고작 40위

이길상 기자
입력일 2014-12-28 18:14 수정일 2014-12-28 18:39 발행일 2014-12-29 3면
인쇄아이콘
'빅2' 삼성電·현대車 배당금 확대한다는데…

시가총액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내년 배당금을 전년보다 30~50%가량 확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다른 주요 기업들도 배당을 늘릴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외국과 달리 배당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28일 신한금융투자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배당성향은 12.8%를 기록했다. 배당성향을 조사한 41개국 가운데 아르헨티나(9.9%)를 제외하면 최하위다.

9

배당성향이 가장 높은 국가는 뉴질랜드(84.3%)다. 영국(51.0%), 프랑스(50.4%), 캐나다(47.5%), 미국(32.7%), 일본(28.2%)등 주요 선진국은 배당성향이 높았다.

한국은 태국(46.0%), 브라질(45.9%), 중국(34.5%), 인도(27.2%) 등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서도 배당성향이 현저하게 낮았다. 배당수익률 역시 1.1%로 최저 수준이다. 영국(3.5%), 프랑스(3.2%), 독일, 캐나다(이상 2.9%), 미국(1.9%), 일본(1.7%) 등과 차이를 보였다.

배당성향은 기업의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이고, 배당수익률은 1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값으로 투자자 입장에서 보는 지표다.

기업별로 보면 주요 기업들이 배당에 인색한 모습은 극명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배당수익률은 2011년 0.52%, 2012년 0.53%에서 2013년 1.04%로 높아졌지만 국내 기업 평균보다 못하다.

현대자동차 역시 2011년 0.82%, 2012년 0.87%에 이어 2013년 0.82%로 평균을 밑돌았다. 삼성생명도 2011년 2.02%, 2012년 1.44%로 줄더니 2013년 0.82%를 기록해 평균 아래로 내려갔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배당을 적게하는 것은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오너들이 주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저성장시대 기업은 배당으로 주주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하지만 오너가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기업은 배당을 적게 하고 사내 유보금으로 쌓아두는 게 현실”이라며 “오너 입장에서는 이래야 활용 방안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나눠 줄 필요성을 못 느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도 “대기업은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오너들이 회사를 지배하고, 오너의 지분이 적기 때문에 배당을 많이 하지 않는다”며 “일반 주주들이 이로 인해 사실상 피해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내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배당 증대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지는 미지수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최대 규모의 두 회사가 배당을 늘리면 다른 기업에 영향을 미칠 요소가 될 수 있지만 불확실성과 비판이 많아 이를 단기적으로 피하기 위해 배당을 높이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며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배당을 높이는 게 중요한데 기업들이 이렇게 할 지 시장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길상 기자 cupper@viva100.com

issue &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