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산재보험 가입' 막는 보험사 속내는…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4-12-22 15:30 수정일 2014-12-22 16:58 발행일 2014-12-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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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캐디 등 특수형태 근무자 산재보험 번번이 무산…근로자성 인정땐 노조설립 우려 탓
보험설계사와 골프장 캐디 등 특수형태고용 근로종사자들의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 통과가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보험설계사의 산재보험 가입에 대해 보험사들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설계사는 산재사고 발생시 업무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혜택을 받기가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험사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보험설계사들이 고용노동법에 포함돼 단체교섭권 등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심사 제2소위를 열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 4월에 이어 올해에만 2번째 심사 연장이다.

이는 여야의 의견차와 더불어 산재보험 의무가입을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 중 일부가 보험설계사들의 정확한 의견 파악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설계사들의 설문조사를 의뢰해 이를 심사에 반영키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야당은 보험설계사를 포함한 특수형태고용 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반면 야당은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으로 특수형태 근로자가 민간단체보험에 가입한 경우는 산재보험 가입을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현재 산재보험 의무가입은 표면적으로는 산재보험 적용입증의 어려움과 민간보험 가입 권리 박탈이라는 이유로 갈등을 겪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산재사고는 업무연관성 유무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되는데 보험설계사는 겸업을 하는 등 개인사업자 성격이 짙어 입증이 쉽지 않고 실제 수혜율도 미미하다”며 “산재보험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반대 이유는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를 디딤돌로 보험설계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면 향후 노조설립 및 단체교섭권 요구 등이 예상돼 미리 방지하기 위함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설계사들의 근로자성 인정을 우려해 사전에 산재보험 의무가입을 막으려고 한다”며 “보험사들이 이를 막기위해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설계사들로부터 의무가입 반대서명을 받고 있는 것은 부당행위”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4월 보험대리점협회를 비롯한 생·손보 소속 설계사들 8만여명이 산재보험 의무가입 추진을 반대하는 연대서명을 실시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이 서명은 주로 지점 전체 회의나 대규모 설계사 모임 때 한꺼번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명에 참여한 한 설계사는 “설계사 모임에 참석했는데 산재보험 의무가입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무작정 사인을 종용해 잘 모르지만 서명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산재보험법 개정안 심사는 여야간의 입장차가 대립 각을 세우고 있어 법안 처리는 정기국회 이후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