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쇼크' 받은 신흥국, 통화 가치 줄줄이 추락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2-17 17:27 수정일 2014-12-17 18:00 발행일 2014-12-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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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위기로 확산 조짐
러시아 정부의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루블화의 자유낙하(freefalling)가 계속되고 있다. 국제유가도 6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러시아는 그야말로 ‘검은 화요일’이 됐다. 더불어 러시아 금융시장의 위기가 다른 신흥시장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제 위기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외환위기 우려로 인해 신흥국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2.41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브라질 헤알화는 9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2.73헤알을 돌파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16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저유가는 현재 러시아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 같은 원유수출국에게도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국 리서치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이코노미스트는 “최근까지 국제 유가 하락에 각 시장이 개별적으로 반응했지만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러시아 사태가 심각해졌고 위기의 전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재 러시아 상가에 화폐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으며 일부 러시아 은행은 달러화와 유로화를 사두려는 고객 때문에 현찰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슈베초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현재 상황이 1년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아직까지 러시아가 되살아날 수 있는 희망은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낮은 국제 유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전 세계적인 물가하락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유인동기가 향상되고 글로벌 기업들은 자본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전 세계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제유가가 다시 올라가고 파급 효과로 루블화의 가치도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에게 남은 카드는 단 두 가지뿐이다. 국제 유가 하락이 일시적이라는 희망 속에서 루블화 가치가 다시 원상복구 되도록 통화량을 조정하거나 자본 통제(자국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단기투기성 자본들의 유출입을 규제하는 정책)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현상)이 몰아치는 상황 속에서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또 앞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응 방식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다. 만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력 행사를 줄일 경우 EU와 미국의 전략은 성공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서방이 가하고 있는 경제 제재를 풀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엔 아직도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반 EU주의자들이 많다. 서방 국가들 입장에서는 경제적 위기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국민들을 더욱 적대적으로 만들 경우 절반의 승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