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은 단단했다… 감청파문 사이버 망명 '미풍' 그쳐

조은애 기자
입력일 2014-12-09 17:29 수정일 2014-12-09 18:52 발행일 2014-12-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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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용자 2800만명 평행선 유지
텔레그램-01

다음카카오 감청사건 당시 많은 사용자들은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떠났지만 실제로 텔레그램을 메신저로서 사용하는 유저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카카오톡의 서비스가 고객층을 유지했다는 주장과 국내 이용자들의 정보보안에 대한 인식 취약성으로 보는 등 두 갈래 시선으로 나뉘고 있다.

9일 미디어 리서치 전문회사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0월과 11월 평균 카카오톡 순이용자수는 각각 2831만6458명과 2845만2444명으로 큰 변화가 없는 반면 텔레그램의 10월과 11월 평균 순이용자수는 각각 215만9852명에서 187만5836명으로 오히려 감소 추세에 있다. 해당 통계는 안드로이드 유저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일 평균 해당 앱에 머무는 시간에서도 급격한 차이가 있었다. 닐슨코리아는 카카오톡 감청 사건이 있었던 지난 10월 한 달 간 텔레그램 이용자의 일 평균 이용 시간은 2.3분이라고 밝혔다. 9월의 수치인 0.9분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지만 10월 카카오톡 이용자의 일 평균 시간인 33.4분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닐슨코리아는 “텔레그램의 일평균 사용량은 3분미만으로 사이버 호기심에 의한 소비 수준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텔레그램으로의 사이버 망명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텔레그램이 PC버전이 없고 단체채팅창을 지원하지 않는 등 불편함과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 때문에 카카오톡 이용자가 줄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텔레그램 이용자수는 지난 10월13일에 172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그 수치가 점점 줄어들어 지난 11월24일에는 93만명까지 내려앉았다. 카카오톡 월 평균 이용자수는 약 2600만명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이용자들이 정보보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단면을 보여준 또 다른 사례라는 주장도 있다. ‘텔레그램 열풍’에서 끝나는 정도로 국내 이용자들의 보안인식이 낮다는 말이다. 보안 전문가들은 카카오톡 감청 이외에도 금융업계의 개인정보 유출 등이 계속 일어나도 정부에선 특별한 대책이 없고 피해 당사자의 개인적인 문제로만 끝나는 상황을 지적했다.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는 “카카오톡 감청 사건이 아니더라도 한국 자체가 개인정보 보안이나 정책 등에서 많이 부족하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카카오톡 감청 사건이 여기에서 끝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해외에서 카카오톡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음카카오의 해외 진출에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지난 8일 일대일 비밀 채팅 모드를 안드로이드 버전부터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해외에서 이미 카카오톡을 보안성에 취약한 앱으로 인지하게 되면 국내 IT업체의 해외 진출이 어렵게 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이 정부 요청을 거부해 특정한 사건의 피해자가 되거나 정부가 나서서 감청을 원천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공식 성명 발표 등이 필요하다”고 넌지시 던졌다. 결국 정보보안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나 정부의 개인정보 보안 정책이 강화되지 않고는 또 다른 피해 사례가 생겨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조은애 기자 sincerely.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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