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뜻밖의 큰 지출 '자녀 교육·결혼 비용'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4-12-02 18:36 수정일 2014-12-02 19:28 발행일 2014-12-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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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은퇴연구소 설문조사
은퇴 후 뜻밖의 큰 지출, 자녀 관련 비용
은퇴년-01

늙어서 필요한 다섯 가지라는 질문에 남성은 아내·마누라·애들 엄마·집사람·와이프를 선택한 반면 여성은 돈·딸·건강·친구에 이어 남편이 아닌 찜질방을 꼽는다는 웃픈(웃기고 슬픈) 이야기가 있다. 

은퇴 부부에 관한 우스갯소리 같지만 은퇴 후 남편은 아내에게 의존적으로 아내는 사회지향적으로 변하는 세태를 풍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야기는 단순히 웃픈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2일 발표한 ‘은퇴 후 후회하는 것 TOP 10’ 설문조사 중 ‘현재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이 뭐냐는 질문에 남녀 모두 ’건강‘을 꼽았다. 그러나 건강에 이어 남성은 배우자, 여성은 자녀를 꼽아 차이를 보였다. 남성은 은퇴 후 건강 다음으로 아내에게 의미를 느끼지만, 여성에게 배우자는 순위가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자녀, 부모님, 종교/신앙생활에 대해 의미를 더 많이 느끼고 있다.

박지숭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남성 은퇴자는 직장과 일에만 지나치게 몰두하기 보다는 가족, 친구와 보내는 시간에 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은 자녀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줄이고 남편이 은퇴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은퇴 후 뜻밖의 큰 지출로 은퇴자의 27.6%가 자녀 교육·결혼 비용을 꼽았다. 의료비(12.1%), 경조사비(11.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박 책임연구원은 “자녀의 양육 및 교육비, 자녀를 결혼시키는 데 드는 제반 비용이 은퇴 후 예상 밖의 큰 지출 부담이 되고 있다”며 “자녀를 위한 사교육비, 자녀 결혼에 필요한 혼수, 집 장만 등을 부모가 책임지는 것이 자식을 위한 사랑 또는 배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 의료비와 치과 비용, 부모님의 간병·의료비 지출 역시 은퇴 후 노후소득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노년기 중대질환이나 각종 질병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 저축 등을 통해 따로 의료비를 준비해 놓지 못한 경우 은퇴 후 가계 재정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퇴 후 후회하는 것에 대한 답변은 ‘건강’ 부문에서 체력단련을 못한 것(14.9%),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지 못한 것(8.7%), 치아관리에 소홀했던 것(8.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과 인간관계’ 부문에어서는 평생 즐길 취미가 없는 것(9.5%), 자녀와의 대화부족(9.3%), 자녀를 사교성 있고 대범하게 키우지 못한 것(9.0%) 등에 대해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책임연구원은 “기대수명이 높아지면서 은퇴 후 여생이 30년 이상 길어지고 있지만 현재 은퇴하는 사람들은 노후 삶에 대한 경제적, 심리적 준비가 취약한 상황”이라며 “삶의 우선순위를 살펴보고 은퇴 후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은퇴 전부터 미리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 조사는 스마트폰을 통한 삼성생명 모바일 고객 패널조사를 통해 이뤄졌고 참여자는 50세 이상 은퇴자 93명과 20세 이상 비은퇴자 1633명(총 1726명)이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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