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에 부패 수사까지 "그래서 뭐?"… 사르코지 정계복귀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1-30 16:45 수정일 2014-11-30 19:13 발행일 2014-12-0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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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前대통령 제1야당 대표로 선출… 대선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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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왼쪽)이 지난 2012년 5월 파리에서 대선 투표를 마치고 아내 카를라 브루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AFP)

‘Et Alors!(그래서 어쨌단 말이냐)’

프랑스에선 사생활이 정치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숨겨둔 딸 마자랭 펭조의 존재가 대중에게 알려졌을 때도 프랑스인들은 미테랑의 도덕성을 정치적 일과 연관 짓지 않았다. 오히려 르몽드는 영국 등 다른 국가의 옐로우 저널리즘에 반발해 ‘그래서 어쨌단 말이냐’는 제목의 뉴스로 정치와 사생활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과 톱모델 출신 가수 카를라 브루니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결혼 전 브루니는 사회에 숱한 염문을 뿌리며 다녔던 인물이라 외국 언론들에겐 취재에 좋은 먹잇감이었다. 롤링스톤스의 리드싱어 믹 재거,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 등 당대 톱 아티스트들과 연애를 즐겼고 스페인의 DT라는 남성잡지에선 누드를 찍기도 했다. ‘Et Alors!(그래서 어쨌단 말이냐)’. 그래도 프랑스 국민들과 언론은 엘리제궁에서 울려 퍼지는 로맨스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연애의 진정성을 인정했고 정치와는 별개의 문제로 생각했다. 프랑스의 여유와 자유분방한 문화와 사고가 반영된 결과였다. 그랬던 사르코지가 정치판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프랑스의 대대적인 개혁을 위해 달려왔던 인물이다. 대통령 당선 이전 내무장관 시절부터 그의 성향은 뚜렷이 드러난다. 강력한 치안정책으로 우파성향 국민들에게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법과 질서의 원칙을 강조하며 파리폭동에 단호히 대처하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프랑스인들은 프랑수와 올랑드 정부가 사르코지 대통령 행정부보다 무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저널뒤디망쉬’는 최근 프랑스 여론 연구소 IFOP의 조사를 인용,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이 13%까지 떨어졌으며 프랑스 국민들은 현재 정부가 충분한 개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정치 판도에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2017년 대선 레이스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제1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 당대표로 뽑히며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르코지는 지난달 28, 29일에 치러진 UMP 대표 경선에서 64.5%의 지지로 당대표에 선출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권력남용 및 불법 대선자금 의혹으로 인한 부패 사건 수사가 차기 대선 출마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검찰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사르코지가 리비아의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5000만 유로(약 690억 원)의 선거자금을 받았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올랑드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은 사르코지가 무혐의로 판정될 경우 다시 한 번 프랑스를 온전히 개혁할 차기 대선 주자라고 믿고 있다. 조그만 체구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야심과 추진력을 다시 한 번 믿고 싶어하는 국민들의 바람이다. “이번 투표는 새로운 출발을 약속한다. 나에 대한 약속이고 우리 모두에 대한 약속이다. 현재 프랑스의 새로운 대안을 위해 다 같이 뭉쳐야 할 때다” 선거 결과 후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의 귀환이 실현돼 프랑스가 새롭게 개혁된 모습으로 환생할 수 있을까.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