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팔아서 살자" … 한화 "사서 키우자"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4-11-27 17:43 수정일 2014-11-27 19:54 발행일 2014-11-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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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계기로 돌아본 두 그룹 M&A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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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과 삼성그룹의 빅딜(big deal)을 계기로 그동안 두 그룹이 추진해온 기업인수합병(M&A)의 과정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화는 중요한 순간마다 기업 인수를 통해 성장한 반면 삼성은 성장이 정체되거나 적자를 기록하는 계열사는 합병이나 매각을 통해 그룹을 지켜왔다.

27일 한화와 재계 등에 따르면 두 그룹간 빅딜은 김승연 한화 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딜로 한화의 자산가치는 37조원에서 50조원대로 증가했고 글로벌 기업 도약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은 항상 공격적인 M&A로 그룹을 성장시켜 왔다. 이번 삼성 계열사 패키지 인수도 일단 드러난 모습만으로는 ‘합격점’이다. 김 회장은 1981년 취임하자마자 다우케미칼 자회사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을 인수했다. 당시 PVC(폴리염화비닐)을 생산하던 한화는 원료를 공급하는 두 업체가 필요했다. 2차 오일쇼크로 세계적으로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한 상황이었지만 김 회장은 시장의 발전을 확신하고 지체 없이 인수를 결정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을 인수해 설립한 한화케미칼은 현재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초석유화학 분야 업계 1위다. 매출은 1982년 설립 당시 162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조5914억원으로 늘었다.

2002년 2조원대 적자에 허덕이던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도 김 회장의 성공적 M&A 사례로 꼽힌다. 한화생명의 누적 손실은 인수 당시 2조3000억원에 달했지만 6년만인 지난 2008년 흑자로 돌아섰다. 현재는 연간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주력 계열사로 성장했다. 그룹내 전체 매출의 50%를 담당할 정도다. 2012년에는 파산한 태양광 발전 업체 큐셀을 인수하면서 또 한번의 M&A 필모그래피(대표작)를 만들었다. 큐셀은 인수 당시 누적 영업적자가 4600억원, 공장 가동율 30%에 그쳤지만 현재는 글로벌 태양광 업계 3위 수준으로 도약했다. 김 회장은 적자에 허덕이던 정아그룹과 한양유통, 동양백화점도 차례로 인수해 흑자로 돌려놨다. 한 대기업 임원은 “한화 등 대기업들은 M&A를 통해 주력 사업을 재편하면서 성장해 왔다”며 “특히 한화는 성공적인 M&A 사례가 많은 기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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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숙원 사업이라도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가차없이 매각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자동차다. 삼성은 외환위기와 업계의 우려에도 자동차 사업을 야심차게 준비했다. 1998년 중형차 SM5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고민에 빠졌다. 적자가 커진데다 차량가격이 높아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우그룹과의 빅딜마저 무산되면서 1999년 6월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한다. 당시 삼성차의 누적 적자는 1조원대로 이 회장의 유일한 사업상 오점으로 남아있다.

2012년에는 호텔신라의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하던 베이커리 전문점 아티제를 대한제분에 넘겼다.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진출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베이커리 시장을 임비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가 양분한 상황이어서 매각이 유리한 방안이었다. 지난해에는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사 아이마켓 코리아를 인터파크에 매각했다. 올초에는 삼성전자와 도시바의 합작사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러지(TSST)를 협력사 옵티스에 넘겼다. 성장이 정체된 계열사는 합병을 통해 재편했다. 한화에 매각된 삼성종합화학은 지난 4월 삼성석유화학을 합병한 상태였고 최근에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추진했다. 지난해는 삼성SDI와 제일모직을 합병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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