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으로 큰 한화, '방산 공룡' 꿈 이뤘다

김정욱 기자
입력일 2014-11-26 17:56 수정일 2014-11-27 15:28 발행일 2014-11-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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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한화 방산업계 1위로<BR>한국항공우주 누르고 단숨에 업계 '최고'
`빅딜`삼성·한화윈윈할까…증시선등락엇갈려
삼성그룹이 예상 밖으로 화학·방산 계열을 한화그룹에 떼어주기로 하면서 주식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매각 당사자인 삼성테크원은 2만8550원을 기록하며 하한가로 마감했으며, 한화케미칼은 삼성 계열사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0.75% 오른 1만3500원에 마감했다. (연합)&nbsp;

한화그룹이 삼성그룹 계열사 4곳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26일 방위산업 업계가 술렁였다. 방산사업으로 성장한 한화가 삼성 방산 부분을 인수하게 되면 업계의 1위로 자리매김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화는 방산사업으로 출발해 성장해왔다고 할만큼 방산에 대한 애착이 깊은 기업이다. 김종희 초대 한화회장은 1942년 ‘조선화약공판’에 입사해 화약산업을 배우고 1952년 한화그룹의 모태인 ‘한국화약(주)’를 설립한 후 다른 기업들을 인수, 합병하면서 회사를 성장시켰다.

한화가 인수하는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삼성테크윈 가운데 방산기업은 탈레스와 테크윈이다. 이번 삼성과의 대형 빅딜은 방산분야에서 최강자가 되겠다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한화는 1957년 화약업체 ‘조선유지’를 인수하고 2001년에는 대우전자 방산부분(현 한화구미공장)을 사들이는 등 방산 분야를 확장시켜나갔다. 한화 관계자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함으로서 한화가 방산업계 1위로 도약할 것”이라면서 “기존 사업인 탄약 뿐 아니라 자주포, 레이더, 유도무기, 항공기 및 함정 엔진, 방산전자 등 첨단 무기 부분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화가 진행하는 방산사업은 권총·소총의 실탄과 수류탄, 전차 고폭탄, 조명탄 등 화약부분으로 이 분야는 ‘풍산’과 함께 1·2위를 다툰다.

또 한화는 정보통신 사업을 했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인정찰기도 만들고 있으며, 현재는 동전크기 만한 벌레모양의 초소형 무인정찰기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로 편입되는 삼성탈레스는 전차의 조준경과 전투기, 함정 등 각 종 군사무기들의 레이더, 통신시스템을 생산하고 창정비 사업도 하고 있다. 삼성탈레스가 만든 무기들은 미국과 터키, 대만, 브라질, 말레이시아, 인도 등으로 수출하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탈레스와 함께 한화의 간판을 달게 된 삼성테크윈은 육군의 K-9 자주포를 비롯해 무인정찰 로봇, 항공기 엔진 등 첨단영상장비 등을 만드는 정밀기계업체다.

한화는 삼성탈레스와 삼성테크윈을 인수함으로서 현재 방산업계 매출 1위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누르고 단숨에 업계 최고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 동안 방산업계는 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삼성, 한화, 현대로템, 두산SDT 등 6개 회사가 주도해왔고, 이번 삼성과 한화의 빅딜에 따라 빅5로 재편됐다.

현재 한화그룹에서 방산분야는 ㈜한화가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해 방산사업으로 올린 수익은 1조100억원 정도였다. 삼성탈레스와 삼성테크윈을 갖게 된 한화는 방산 분야에서만 2조600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전망이어서 단숨에 국내 최대 방산기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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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삼성과 한화의 메가톤급 트레이드는 두 회사의 이해가 잘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삼성은 방산분야에서 손을 떼고 싶어 했고 한화는 방산분야를 더욱 키우기를 희망했다”면서 “방산사업은 큰 돈을 벌지 못해 대기업들이 꺼려하는 업종인데 한화의 경우는 방산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어떤 기업보다도 방산에 대한 애착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대기업들이 방산사업을 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다. 우리나라의 방산산업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대기업을 키워주는 대신 방산사업을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한 방산기업 관계자는 “박정희 대통령이 대기업에 사업을 주고 기업을 성장시키면서 맡겼던 게 방산사업이다”면서 “당시 박 대통령은 ‘방산으로 돈 벌 생각 하지 말고 국가안보에 일임한다는 생각으로 방산 분야를 맡아달라’고 대기업에 부탁했고 이로 인해 대기업들이 방산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실제 방산기업은 큰 수익을 올리지는 못하고 겨우 적자만 면하는 곳이 많다. 또 다른 방산기업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방산 분야를 해 왔는데 이 때문에 삼성그룹 내에서도 삼성탈레스와 삼성테크윈은 크게 대접받지 못하는 계열사였다”면서 “이번 삼성-한화의 빅딜은 서로 이해가 맞았고 한화의 경우 그동안 인수했던 기업들을 모두 성공시킨 것을 감안하면 삼성탈레스와 삼성테크윈도 지금보다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욱 기자 k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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