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말콤 X 정신…美 전역 불지피다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1-26 16:30 수정일 2014-11-26 18:53 발행일 2014-11-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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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격해지는 퍼거슨 시위<BR>오바마 호소에도 약탈·방화 이어져 주 방위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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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을 총으로 사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28)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에 반발한 시위대들이 경찰차를 전복시키고 있다.(로이터=연합)

꿈을 위해 목숨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네 사전에서 자유라는 말을 지워라. 누가 너에게 자유를 주겠는가? 누가 너에게 평등, 정의, 또 다른 그 무엇을 주겠는가? 인간이라면, 자유, 평등, 정의를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해야 한다.” 

말콤 X는 흑인들의 자유를 위해 평화적 시위가 아닌 폭력적 시위를 선택했다. 폭력적 방법 때문에 불합리, 부조리에 치열하게 맞서 싸웠던 그의 투쟁 정신이 일부 퇴색되긴 했지만 아직도 미국 내 인종 차별 문제가 발생하는 곳곳엔 말콤 X의 정신이 서려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력 시위 사태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현상도 소수 인종 차별에 적극적으로 부딪쳐왔던 미국인들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 볼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8월 9일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에 일어난 마이클 브라운(18) 총격 사건이 계기였다. 사건 발생 당시 퍼거슨 시 경찰은 마이클 브라운으로 보이는 사람이 편의점에서 종업원을 거세게 밀치고 뛰쳐나가는 CCTV를 공개, 마이클 브라운이 편의점 강도 용의자였고 백인 경찰 대런 윌슨과 거친 몸싸움을 벌이다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포즈를 하고 있던 브라운을 경찰이 총으로 쐈다고 반대되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키웠다.

이 같은 상황에서 브라운을 총으로 사살한 백인 경찰 대런 윌슨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이 나면서 세인트루이스 전체에 대규모 시위로 번지게 됐다. 미국 주간잡지 뉴요커는 대배심이 발표한 보고서가 백인들 중심으로 구성된 배심원단들의 결정이 반영돼 있고 사건 발생 순서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고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는 국가 규율 안에서 활동하는 국민들이기에 대배심이 내린 이번 결정을 인정해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호소했다.

그러나 대통령 담화 이후 퍼거슨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분노를 이기지 못해 경찰들 면전에 화염병을 일제히 던졌다. 일부는 상점가의 유리창을 깨부수고 경찰차를 전복시키기도 했다. 도시 내 약탈도 자행됐으며 일부 상점들은 불에 타기도 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퍼거슨 시에 주둔하는 주 방위군은 최루 가스와 연막탄을 던졌고 난동자 82명을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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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X가 1963년 5월(현지시간) 뉴욕 존에프케네디국제공항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평화적 운동을 비판하며 급진적 흑인해방운동을 이끈 인물이다.(AFP)
하지만 시위는 좀처럼 사그라들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현재 시위대들은 수도 워싱턴DC와 경제 중심지 뉴욕,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텍사스주 휴스턴, 로스앤젤레스, 뉴저지주 뉴어크 등 미국 전 도시에서 26일(현지시간) 부당한 결정에 항거하는 시위를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당선돼 인종갈등 문제에 대한 태스크포스(TF)를 갖추고 있던 것 같은 미국. 그러나 퍼거슨 시는 인구의 3분의 2가 흑인이지만 경찰 53명 중 50명이 백인인 점을 고려해 볼때 아직도 달력이 말콤X가 활동 하던 때를 가리키고 있다.

70년 전 스웨덴의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이 소수인종 집단의 열위가 백인의 인종에 대한 태도를 강화하며 그러한 태도가 또다시 소수인종의 열위를 강화한다는 마태효과를 들어 시위가 효과가 없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했지만 흑인들의 ‘말콤X 정신’을 되돌리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