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도 이젠 '순자산국'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4-11-20 19:03 수정일 2014-11-20 19:03 발행일 2014-11-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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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515억달러…대외투자액 사상 최고치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대외부채보다 대외자산이 많은 ‘순자산국’으로 전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경상흑자가 이어지고 외환보유액이 누적된데다 환율효과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한국의 대외투자는 1조515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개월 전보다 102억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231억달러 감소한 1조288억달러였다. 내국인의 대외투자에서 외국인의 국내투자를 뺀 순국제투자 잔액은 227억달러로 1994년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한국의 순국제투자 잔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9월 말 -2139억달러에 이르렀지만 작년 말 -325억달러, 지난 6월 말 -105억달러로 꾸준히 마이너스 폭을 줄여오며서 마침내 플러스로 돌아섰다.

한국은 2000년부터 외국에서 받을 돈(대외채권)이 갚아야 할 돈(대외채무)보다 많은 순채권국이 됐다.

그러나 주식과 파생상품, 지분투자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적자’인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분기에 원화가치 절하로 외국인 국내투자 잔액이 감소하면서 한국이 순자산국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외국인이 같은 돈을 원화로 투자하더라도 원화가치가 떨어져 달러로 환산한 투자액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상현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기본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된 것이 순자산국 전환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한국이 대외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은행들의 차입금 상환으로 단기외채 비중도 전 분기보다 하락했다. 대외채무 가운데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외채는 1261억달러로 57달러 줄었다. 총 대외채무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9.4%로 3개월 전보다 0.4%포인트 감소했다.

이혜림 한은 국외투자통계팀 과장은 “달러화가 강세 흐름을 보이면서 은행들이 원화자산을 회수해 대외 차입금을 상환할 유인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달러화강세 등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해 외채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특히 단기외채 감소로 외채 건전성 및 지급능력 지표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