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없는 엔저' 6년3개월만에 938원도 뚫었다

조민영 기자
입력일 2014-11-20 18:58 수정일 2014-11-20 19:13 발행일 2014-11-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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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사진세로로
원·엔 환율이 장중 100원당 935.09원까지 떨어진 20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엔화약세에 가속이 붙으며 달러당 엔화 환율이 118엔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7년 8월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2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개장 직후 달러당 118엔대 초반에서 거래됐으며 오후 4시30분 현재 118.83엔을 나타냈다. 장중에 118.98엔까지 떨어지며 119엔선마저 위협했다.

엔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것은 이날 공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0월 의사록에 일부 위원이 초저금리 기조와 관련해 ‘상당 기간’ 문구를 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나 달러강세 현상이 더욱 짙어졌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은 또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해 미·일 금리차가 커지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경향이 강해져 엔화 약세속도가 빨라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전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를 유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엔저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연간 본원통화 공급 규모를 기존과 같은 80조엔(약 753조원)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또 아베 총리가 18일 소비세율 인상 연기를 발표하고 아베노믹스를 통한 경기부양 기조를 강조한 것도 엔저를 가속화하고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막연한 우려와 다르게 아직 수치상으로 한국 수출이 엔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신호는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엔저가 더 진행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원화대비 엔화약세가 지속될 경우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제품경쟁력마저 나빠질 우려가 있다”며 “엔저 지속에 대응해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과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4시30분 현재 100엔당 938원19전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장중에 100엔당 935.09원까지 떨어지면서 2008년 8월 11일(저가 930.9원) 이후 6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조민영 기자 mine898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