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현대로지스틱스 업계 1위로 키운다"

이형구 기자
입력일 2014-11-20 16:33 수정일 2014-11-20 18:54 발행일 2014-11-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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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시장 롯데그룹발 지각 변동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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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업계에 롯데발 태풍이 불어오고 있다.

일본계 사모펀드(PE)인 오릭스와 롯데에 매각된 현대로지스틱스가 롯데그룹의 물류 물량을 조금씩 가져가며 보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현대로지스틱스의 롯데물량이 전혀 없었는데, 최근 들어 현대로지스틱스가 소량이지만 롯데 물량을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대주주가 바뀐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 1일 꾸린 성장 로드맵을 짜는 태스크포스(TF)팀에 롯데 쪽 인사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TF팀은 현대로지스틱스를 수년 내에 국내 물류업계 1위로 만들기 위한 비전과 실행전략을 짜는 것이 주 임무다. 롯데는 이병연 롯데그룹 정책본부 비전전략실장과 이진성 롯데그룹 미래전략센터장을 현대로지스틱스 이사로, 박현철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팀장을 감사로 보내 현대로지스틱스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를 단기간에 1위로 만들기 위해서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롯데그룹의 물류물량을 가져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현재 롯데홈쇼핑이 CJ대한통운을 전담택배사로 이용하고 있으며, 택배 이외의 물류물량은 계열 물류업체인 롯데로지스틱스가 담당하고 있다. 롯데로지스틱스는 매출의 94%를 계열사 내부거래로 올리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약 2조1553억원에 달한다. 관련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의 전체 물류 물량규모가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절반만 가져오더라도 현대로지스틱스는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당장 현대로지스틱스가 롯데홈쇼핑의 물량만 가져오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택배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이 담당하는 롯데홈쇼핑의 물량이 연간 1500만 박스는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CJ홈쇼핑과 GS홈쇼핑, 현대홈쇼핑들도 모두 그룹 소속 택배회사나 물류회사에 일감을 맡기고 있다”며 “롯데그룹이 그동안 택배회사가 없어 타사에 맡겼지 현대로지스틱스에 지분을 투자한 마당에 당연히 지원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만 롯데홈쇼핑이 현대로지스틱스로 전담업체를 변경하기까진 다소 시일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CJ대한통운과 맺은 계약 때문이다. 또 롯데그룹이 지원에 나선다 하더라도 현대로지스틱스가 당장 처리할 여력이 없는 것도 원인이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롯데홈쇼핑과 CJ대한통운 사이 물량처리 계약이 1년 내외로 묶여 있어 당장 전담업체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며 “또 현대로지스틱스가 금융위기 이후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부실 전이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 캐파에 여유가 없어 당장 신규물량을 처리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류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현대로지스틱스가 롯데홈쇼핑을 비롯해 롯데그룹의 물류를 맡게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는 단순한 지분 투자일 뿐 택배사업은 아니”라며 “각각의 계열사 택배사 선정은 그룹에서 직접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계열사의 자율 선택이라서 현대로지스틱스뿐 아니라 다양한 택배사들을 이용할 수 있다”고 택배사업 직접 진출설을 부인하고 있다.

이형구 기자 scal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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