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는 캔버스다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1-20 14:33 수정일 2014-11-20 15:18 발행일 2014-11-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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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공공예술로 '스트리트 아트 르네상스' 이뤄<BR>벽화·웹아트 등 거리예술로 '제2의 르네상스' 꿈꾸는 중

앙상한 나뭇가지와 각진 모서리. 그 위에 걸쳐진 녹아 흘러내리는 시계.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그림 ‘기억의 지속(1931)’이다. 천재와 미치광이의 어디쯤에 자리했을 그의 작품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이밖에 화가 파블로 피카소, 후안 미로,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도시 바르셀로나에 최근 상상력을 주무르는 자극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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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유럽 전역에 있는 예술가들을 끌어 모으며 ‘스트리트 아트 르네상스’를 이뤘던 바르셀로나에서 도시 내 거리 예술이 공공예술로 승화하고 있다. 미국 허핑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은 19일(현지시간) 최근 바르셀로나에서 팝아트, 비디오 설치물 등 장르를 다양화한 거리예술이 대중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시 미화를 넘어서 제2의 아트 르네상스를 연상하게 하는 공공예술이 대중들과 소통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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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벽화 프로그램(MAP) 등 비영리 문화 단체들이 ‘자유분방한 거리(Open Walls)’를 만들며 거리 벽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예술가 중 한명인 호르헤 로드리게즈 헤라다는 ‘정체성’을 주제로 하는 시리즈를 통해 바르셀로나 거리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쿠바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목탄으로 벽화를 그리는 시도를 했다. 날씨나 계절 혹은 어떤 우연의 접촉으로 결국 소멸될 수밖에 없는 그림은 오히려 그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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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예술에 대한 틀에 박힌 정의를 모호하게 만드는 일련의 거리 작품들은 길 위에서 만날 수 있는 신선한 유희다. 희망과 환희 그리고 파격과 자유를 넘나드는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도시 바르셀로나.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은 이탈리아의 한 왕녀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한 말을 그의 일기에 썼다. “이 맛있는 걸 먹는 게 금지된 죄라면 얼마나 더 감미로울까” 한번 그리면 지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과거 많은 벽화들이 불법 낙서로 전락했었다. 금기시 됐기 때문에 현재의 탄생이 더 감미롭다면 이상한가. 바르셀로나는 이제 예술 그 자체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