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도…여권에도…오로라가 내리는 나라 '노르웨이'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1-19 16:29 수정일 2014-11-19 16:49 발행일 2014-11-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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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오로라(AFP)

‘해가 지지 않기도 하고, 해가 뜨지 않기도 하는 이상한 땅. 하룻밤 새, 창밖의 모든 세상이 하얗게 뒤바뀌기도 하고 신령처럼 불쑥 나타나 빤히 바라보고 서 있는 순록 떼와 마주치기도 한다. 밤마다 하늘에서는 수천가닥 빛의 눈부신 오로라가 쏟아져 내리고, 또 세상에서 가장 크지만 약한, 그래서 우리들의 꿈과 꼭 닮아 있는 고래들이 사는 곳.’ 양정훈 작가가 쓴 여행 에세이 ‘그리움은 모두 북유럽에서 왔다’ 중 일부다.

에세이처럼 북유럽 하면 단연 자연이 떠오른다. 북유럽 밴드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의 욘시도 “음악을 만들 때 자연의 영향을 받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북유럽 자연을 찬양하지 않았던가.

북유럽 사람들은 춥고 긴 겨울 특성 때문에 실내에서 오래 생활하고 주로 생활과 관계된 인테리어나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디자인, 음악, 소설, 영화 등 생활 전반에 걸친 노르딕 문화는 자연을 모티프로 한 북유럽 감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실용적이면서도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

5~6년 전부터 북유럽 풍(風)이 우리나라에 오기 시작했다. 알바 알토, 핀 율, 아르네 야콥센.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이름이다. 특히 핀 율은 지난 2012년 ‘탄생 100주년’ 전시를 한국의 대림미술관에서 열어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관람객이 늘어 당초 예정된 전시 기간을 연장해가며 야간전시까지 진행했다. 이후 핀란드 가구에 대한 관심은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북유럽의 현대 미술, 음악, 패션까지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북유럽 디자인’의 차분하고 세련된 이미지와 감성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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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여권 외부

얼마 전 노르웨이에선 여권에서까지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감각을 뽐냈다. 여권 외부는 노르웨이 국장(國章)과 함께 심플한 디자인으로 구성됐다. 일반, 이민, 외교 등 성격에 따라 세 가지 색깔로 구분이 돼있어 미니멀리스트의 정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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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여권의 낮과 밤.

내부는 노르웨이의 풍경이 심플하게 그려져 있고 자외선을 비추면 배경이 오로라가 펼쳐지는 밤으로 전환된다. 북유럽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있다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디자인한 그릴 크배미는 “‘자연’이라는 국가 정체성을 살리면서 기능적 편의와 위조방지 등 보안적인 면을 모두 고려해 여권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여권의 디자인은 공모전을 통해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유명 디자인 회사 노이에(Neue)가 채택됐다. 이 역시 북유럽 사람들의 ‘열린’ 사고와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정서교감, 타인과의 교류를 중시하는 그들의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공모전’이라는 방식에 투영돼 바로 ‘북유럽 정체성’을 그려낸 것이 아닐까.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