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 수 '3600만명'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1-18 15:57 수정일 2014-11-18 17:46 발행일 2014-11-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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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도 좋고 후추도 좋다. 각각 삼백 자루 삼백 통이라. 거기다가 사금도 있고 상아도 있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검은 상품이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깜둥이 육백명을 사들였지. 그놈들을 손에 넣느라 내가 지불한 것은 포도주와 유리구슬뿐. 반수만 놈들이 살아남는다 해도 순이익이 여덟배나 된다네.’ 19세기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 ‘노예선’의 일부다. 과거 노예 사냥꾼들은 흑인을 노예로 팔지 못하면 자신들이 노예로 잡혀 팔려가는 것을 운명처럼 여기던 때가 있었다. 19세기 이후 노예매매를 금지하는 조약이 작성됐다. 이후 노예제가 완전히 폐지됐다. 아니,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다. 눈앞에 보이지만 않았을 뿐 현재까지도 한 많은 노예들의 슬픔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었다. 자그마치 3600만명에 달하는 현대판 노예들이 몸도 영혼도 송두리째 빼앗긴 상태로 지쳐가고 있었다. 

국제 인권단체 ‘워크프리’ 재단은 현대판 노예 생활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3600만명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워크프리가 167개국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2014 세계 노예 지수(GLobal Slavery Index)’ 보고서를 인용, 전 세계 인구의 0.5%가 인신매매와 강제 매춘 등 노예 생활을 강요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노예인구는 지난해 발표된 3000만 명보다 20%나 증가했다. 인신매매나 감금·강제노동, 성적착취 등이 노예를 규정하는 개념에 포함되면서 수가 늘었다. 

아프리카 서부의 이슬람국가 모리타니는 100명 중 4명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말살당하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아이티, 카타르, 인도가 뒤를 이었다. 한국도 2013년 기준 9만명 이상이 현대판 노예로 살고 있다는 통계가 잡혔다. 

“저는 네팔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열두살이 되던 해 식당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제가 인도로 갈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제가 성노예로 팔려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을 겪게 될 줄은” 강제 매춘에서 살아남은 한 네팔 여성의 목소리다. 악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악을 버리고 선을 선택할 수 있는 위대한 자유의지를 얻었지만 일부는 사탄의 종자(從者)가 되는 편을 택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