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무과실' 없는 이상한 車사고, 이유는 1조 넘는 보험료 할증수입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4-11-17 17:41 수정일 2014-11-17 19:06 발행일 2014-11-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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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과실비율 산정의 진실

자가용 운전자 박씨는 최근 3차선 도로에서 직진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2차선에서 주행 중이던 대형트럭이 갑자기 3차선으로 넘어와 박씨 차량 좌측 후방을 추돌한 것이다. 박씨는 3차선에서 과속이나 신호위반 없이 안전주행 중이었던 반면 트럭은 사각지대에 있던 박씨의 차량을 발견하지 못한 채 차선변경을 시도하다 발생한 사건이다. 다행히 트럭 운전자(가해자)가 “사각지대 때문에 보지 못한 것 같다”며 본인의 과실을 100% 인정했다.

그러나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피해자 편에 서서 대변해줘야 할 박씨 측 보험사에서 “이런 경우는(피해자의 방어운전 소홀로) 무조건 2대 8이다”며 “지금 합의해야 합의금을 많이 받는다”고 주장하며 박씨에게 일부 과실 책임을 지운 것이다. 박씨는 너무 억울했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20%의 과실을 인정하고 합의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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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실 비율의 비밀…피해자도 책임 물려야 보험료 할증

박씨처럼 명백한 무과실 증거가 있음에도 가해자, 피해자 측 보험사 직원 모두 피해자에게 과실 책임을 전가하는 사례는 다반사다. 이는 보험사간의 은밀한 담합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가해자 측 보험사 입장에서는 피해자 과실만큼 지급해야 보험금을 줄일 수 있고, 피해자에게 과실을 뒤집어씌워야 가해자 측 보험사 직원도 업무역량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측 보험사 입장에서도 피해자에게 과실비율을 물릴 경우 양쪽 차량 수리비 일부를 지급으로 보험료 할증을 유발하게 돼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즉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손해를 줄이거나 오히려 이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2012년 보험회사의 보험료 할증액 수입은 1조3000억원으로 총수익 약 11조원 중 약 11%에 해당한다. 결국 보험료 할증액만큼 운전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보험사 가입자 과실 비율이 100%인 자동차 사고 건을 A보험사 직원과 B보험사 직원이 8대 2로 합의하고 반대로 B보험사 가입자 과실 비율이 100%인 사건을 A보험사가 8대 2 과실 비율로 합의해주는 업계 관행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 무과실이면 증거확보·과실비율 기준 확인 필수

이러한 보험사간의 관행적 담합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일단 명백한 무과실이라 판단되면 피해자 스스로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보험사에서 합의금 지연 등을 운운하며 과실비율을 부풀려 합의를 요구할지라도 무과실이라면 절대 넘어가선 안된다.

보통 과실비율은 사고 현장에 출동한 교통사고 담당 경찰관이 우선 결정하고, 소송이 제기됐을 때는 법원이 판단한다. 세밀한 분석자료가 필요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 의뢰하기도 한다. 이를 대비해 블랙박스나 폐쇄회로TV(CCTV)를 장착하거나 목격자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보험사의 경우 과실비율을 정하는 기준은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1963년 자동차손해배상법이 제정된 후 50여년 동안 벌어진 교통사고 사례와 사고처리 판례를 바탕으로 과실비율을 결정하게 된다. 이는 소비자도 얼마든지 확인해볼 수 있다.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

www.knia.or.kr)에 소비자마당의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에서 사고가 발생한 장소와 내 차와 상대 차의 진행 상황, 사고 정황을 입력하면 과실비율 검색이 가능하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자동차 사고로 인한 100% 피해자라고 해도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억울하게 과실비율을 부풀리기 싫다면 피해자 스스로 증거자료를 보유해 가입된 보험사에 강력히 요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