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프리뷰] 브래드 피트와 탱크가 만났다… '퓨리' 20일 개봉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4-11-15 13:05 수정일 2014-11-16 14:30 발행일 2014-11-1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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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퓨리’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소니픽쳐스)

두 발로 땅을 걷는 보병들에게 탱크의 전진은 두려움이다. 탱크는 총과 수류탄도 통하지 않는 무자비한 폭군이다. 탱크와 마주해본 경험이 있는 군인들은 “엄청난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탱크는 인간 전쟁에 내려온 거대한 기계의 습격”이라고 표현한다.

탱크 속 풍경은 다시 인간이다. 그들은 살기 위해 탱크를 움직이고 총을 쏜다. 적이지만 사람을 죽인 죄를 구원받기 위해 십자가를 목에 걸고 자신이 죽을 그날을 위해 성경을 외운다.

‘탱크와 함께 전장을 누비는 것이 최고 직업’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5명의 전차병들. 영화 ‘퓨리’(FURY)의 이야기다. 포선에 거칠게 적힌 ‘FURY’라는 글자는 그동안 탱크가 걸어온 험난한 길이다.

영화는 적진 한가운데서 움직일 수 없는 단 한 대의 탱크 퓨리가 수백명의 적과 맞서는 사투를 담았다. 부대를 지휘하는 워 대디(브래드 피트)의 카리스마부터 신병 노먼(로건 레먼)의 공포심까지 전쟁으로 전해지는 인간의 복잡한 심경이 좁은 탱크 속 밀실에서 표현된다.

한 병사의 구출 작전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느낀 같은 성질의 감동이 선뜻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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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퓨리와 부대원들. 뒷줄 왼쪽부터 샤이라 라보프, 로건 레먼, 마이클 페나, 존 번탈, 그리고 브래드 피트 .(사진 제공=소니픽쳐스)

배우 브래드 피트의 연기는 군복을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세월이 지나며 풍기는 노련함과 여유는 전쟁에 미쳐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워 대디 역에 잘 어울린다.

바이블 역의 샤이라 라포브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어리숙한 매력을 지우고 진지하고 깊은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군인으로서 본능에 솔직한 탱크 운전병 마이클 페나와 장전병 존 번탈의 열연도 전쟁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또 하나의 요소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영화 속 탱크가 소품이 아닌 박물관에 전시된 진짜라는 점이다. 영국 보빙턴 전차박물관에 보관 중인 M4 셔먼 탱크(극 중 퓨리의 정식 명칭)와 티거 탱크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제작 전부터 화제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M4 셔면으로는 독일군 티거를 상대할 수 없었다. 화력과 방어력 측면에서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영화 속 퓨리가 홀로 남게 된 이유도 티거 때문이다.

단 1대의 티거를 무찌르기 위해 퓨리는 다른 3대 M4 셔먼을 희생시켜야 했다. 최후의 결전이 있기 전 4대 1의 숨 막히는 탱크 대전은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장관이다.

미국이 독일을 무찌르는 영웅담은 식상하고 지겹다. 다행히 영화는 그런 부분을 배재시켰다. 전쟁으로 상처 받은 인간만 있을 뿐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탱크 속 또 다른 전쟁이야기는 20일 개봉한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