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힙합을 들으세요"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1-12 15:44 수정일 2014-11-12 18:39 발행일 2014-11-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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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케임브리지대 "힙합음악 정신질환 치료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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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마스터플래시&더퓨어리어스파이브

힙합 음악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약 복용이나 총격 범죄 등을 유발한다는 기존 통념과는 정반대의 연구 결과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1일(현지시간)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자기성찰적인 힙합 가사가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감정적 발산을 도와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연구팀은 현재 영국 의료진, 자선단체와 래퍼들과 함께 ‘힙합사이크(Hiphop Psych)’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연구팀은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힙합음악을 들려주고 치료효과가 얼마나 진전이 있는지를 평가했다.

연구 결과 고난과 투쟁을 이겨내는 힙합 가사가 환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 치료에 도움이 됐다. 연구팀은 힙합 치료 연구가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과거에 발견했던 ‘긍정적 시각 형상화 요법’과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긍정적 시각 형상화란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들과 유사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모습을 이야기식으로 풀어가며 후반부엔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은 연구팀이 발표한 환자들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 힙합 음악이다.

◇ 그랜드마스터플래시&더퓨어리어스파이브의 ‘더메시지(Message)’

지난 1982년에 싱글로 발매된 음악이다. 연구팀은 노래의 가사가 뉴욕의 주거대책으로 발생한 빈곤한 생활환경을 음악적으로 풀어내 수많은 사회경제적 소외층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음악은 힙합이란 장르에 사회적 문제제기를 시도한 최초의 곡으로 높게 평가 받아 롤링스톤지 선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500곡의 음악 중 5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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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토리어스B.I.G

◇ 노토리어스B.I.G의 ‘주시(Juicy)’

노토리어스B.I.G는 1990년대 미국 동부 힙합의 번성을 이끈 주요 뮤지션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어려서부터 가난에 찌든 생활을 보낸 그의 삶이 가사 내용에 투영돼 환자들에게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주시’는 지난 1994년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27위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힙합사이크’ 프로젝트를 앞으로 영국 내의 감옥, 학교 등에서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확대할 예정이다. 연구를 주도한 아킴 술래 박사는 “힙합 아티스트들이 바라보는 암울한 시각이 비슷하게 절망적인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게 된다”며 “힙합 특유의 내러티브식 구성이 단순한 대화보다 더 강력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