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사나운 '설전'보다 '안전'이 먼저다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4-11-12 13:38 수정일 2014-11-12 19:03 발행일 2014-11-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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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수위 대립 아시아나 - 대한항공, 풀어야 할 숙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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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214편 여객기 착륙 사고기 잔해가 공항 활주로에 놓여 있는 모습.(AFP)<br><br>

‘단팥 없는 찐빵이다.’

최근 항공업계에 뜨겁게 일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징계 수위 논란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체로 비슷했다. 항공운항의 핵심인 ‘안전’에 대한 대책은 뒤로 밀린 채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징계 문제만을 가지고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이전투구’(泥田鬪狗)라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사고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샌프란시스코 착륙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공항 설계 결함이나 항공기 제작사 문제, 조종사 피로도 문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이라도 미연의 사고를 막기위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11일 “아시아나의 샌프란시스코 사고는 명백히 조종사 과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잘못된 설계로 가장 착륙하기 위험한 공항이라는 점과 당시 기상 상황, 여객기 결함, 조종사의 피로도 문제 등을 고려하면 조종사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사고 간접 원인으로 지목한 아시아나 항공기 저속경보장치는 2009년 터키 공항에서 발생한 항공 사고에서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두 항공 사고 모두 보잉사가 제작한 항공기로 발생했고 아시아나 여객기가 구형이다. 당시 조사 위원국인 네덜란드는 보잉사에게 저속경보장치의 신호를 조종사가 음성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음성경보 장치로 교체하라고 지시했지만 아시아나 여객기는 교체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사고 원인과 해결 방안들이 논의되지 않은 이상 항공 사고는 재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항공 사고 당시 NTSB가 조종사들의 높은 피로도도 원인이라고 분석했지만 이 역시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관할 당국인 국토교통부와 현역 조종사간 온도차가 뚜렷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국토부는 국내 민항기 조종사들은 연간 비행 시간인 1000시간을 넘지 않고 연속 비행 시간인 10시간을 넘지 않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역 조종사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에서 나온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조종사 피로도 문제는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항공사는 인력을 안전기준이 아닌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기일 항공안전정책연구소 소장도 “조종사 양성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며 “항공사나 당국에서 조종사 훈련을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실질적 효과는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토로하면서도 인력 양성은 전적으로 정부차원에서 하는 일 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 수요가 늘면서 조종사 인력이 부족해진 것은 맞다”면서 “조종사 양성을 업계가 이행할 수는 없는 일이고 정부 차원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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