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대부의 귀환'… 3선 대통령 향한 길 닦나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1-11 14:48 수정일 2014-11-11 16:03 발행일 2014-11-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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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내각 구성 적극 관여<BR>교육·경제·개발 최소 3명 임명
룰라씨
브라질 정치권의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새 정부 구성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내년 1월1일 출범하는 새 정부의 내각 구성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은 룰라가 새 정부 각료 가운데 교육장관과 재무장관, 도시계획장관 등 최소 3명을 자신이 추천하는 인사로 채우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2018년 대선 출마를 시사한 룰라가 교육과 경제, 도시개발 등 3가지 분야에서 성과를 내 출마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정부가 성공해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룰라는 지난주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호세프 대통령을 만나 이 같은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정치적 후견인인 룰라의 개입을 다소 부담스러워 했던 호세프 대통령도 집권 연장 시나리오에 공감하면서 수용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15∼16일 호주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끝난 뒤 발표될 예정인 새 정부 각료 명단에 어떤 인사들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각료는 재무장관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경제학 교수이자 재무차관을 지낸 네우손 바르보자를 염두에 두고 있으나 룰라는 자신의 집권 기간(2003∼2010년)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엔히키 메이렐리스를 추천할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이 공통으로 선호하는 대형 시중은행 브라데스쿠(Bradesco)의 루이스 카를루스 트라부쿠 행장은 재무장관직을 고사했다.

룰라는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해 브라질 사상 첫 중도좌파 정권을 출범시켰고, 2006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해 2010년 말까지 8년간 집권했다. 80%대 지지율을 유지하며 퇴임한 이후에는 ‘중도좌파의 대부’로 불리며 브라질 국내 정치는 물론 남미 각국의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라질 선거법은 연임한 대통령도 대선을 한 차례 이상 건너뛰고 나서 출마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룰라는 2018년 대선 때 73세가 된다.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대선 출마가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2018년이면 노동자당(PT) 집권 기간이 16년에 이른다는 점에서 장기집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을 것으로 보인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