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인권' 뺀 화해손짓… 유엔 마음 움직일까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1-09 16:15 수정일 2014-11-09 18:56 발행일 2014-11-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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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억류 미국인 2명 석방
케네스배
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케네스 배(46)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루이스-맥코드 미 공군 합동기지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려 그의 어머니 배명희 씨와 포옹하고 있다. 케네스 배는 지난 2012년 북한에 억류된 뒤 지난해 4월 30일 15년의 노동교화형(탄광 등의 주변에 설치된 노동교화소에 수용돼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신체형)을 선고받았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미국인 2명을 8일 전격 석방한 것을 두고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우호적인 여론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CNN은 8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의 최근 발표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달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에 이어 억류해오던 미국인 2명을 추가로 석방해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처는 유럽연합(EU)과 일본 주도의 북한 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 상정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 강경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문은 북한이 비핵화와 인권 문제 개선에 나서지 않는 이상 북미 관계가 개선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케네스 배(46)와 매튜 토드 밀러(24)를 모두 석방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에선 이들의 석방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으며 미국도 이유를 모르고 있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스웨덴 정부를 비롯, 전 세계 우방에 감사하다”고만 언급했다.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한다는 내용을 담은 북한 인권 결의안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유엔 제3위원회에 제출된 데 이어 지난 6일 EU가 제3위원회에서 설명함으로써 회원국 간 공식 논의가 본격화됐다.

회원국들은 북한 인권 결의안을 이달 안으로 제3위원회에서 채택한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이후엔 곧바로 유엔 총회에 상정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관련 결의안은 미국 등 40여 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서명한 상태다. 특별한 사정 변경 사유가 없다면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서명한 결의안 내용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이날 북한의 조치를 두고 항상 예측하기 힘든 행동을 해왔던 김정은 정권이 오바마 정부에 새롭게 접근하려는 신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북한으로서는 미국에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요청을 보낼 수 있겠지만 비핵화와 인권 문제 개선에 협조하지 않는 이상 북한 인권결의안의 유엔 총회 상정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